김재홍 교수
‘변증론’ 번역 김재홍 교수
논리적 사유중시 ‘아리스토텔리안’
엄격하고 정확한 고전읽기 강조해
“아고라는 그리스 논리학의 재현” 현대 철학까지는 아니어도 고대 그리스 철학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이름은 초등학생도 되뇔 수 있다. 그들이 남긴 경구는 시사 퀴즈에도 등장한다. 그런데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정말 서양 고전 철학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학문적 인생 전체를 그리스 철학 고전의 번역·주해에 바쳐온 김재홍 관동대 연구교수다. 그는 최근 아리스토텔레스의 <변증론>(길)을 번역·주해했다. 1998년에 번역본(까치)을 냈는데, 이번에 주해를 크게 보강하여 새로 발간했다. 지금까지 그가 펴낸 책을 일별하면 이번 작업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김 교수는 <그리스 사유의 기원>(살림), <에픽테토스 ‘담화록’>(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등을 썼다. 역서로는 <정신의 발견>(브루노 스넬·까치), <엥케이리디온>(에픽테토스·까치),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공역·이제이북스), <소피스테스적 논박>(아리스토텔레스·한길사) 등이 있다. <변증론>의 재번역은 그리스 철학의 핵심인 논리학 연구의 큰 매듭을 짓는 일이다. 그가 펴낸 책 가운데 이른바 ‘대중서’는 하나도 없다. “고전을 번역하고 주석 다는 데 매달려 살았던” 시간의 열매다. 그가 추구하는 바는 널리 읽히는 게 아니라, 정확히 읽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어디에 나오는 걸까요. 누가 어떻게 지어냈는지 모르는 말이 아무 근거도 없이 버젓이 교과서에까지 실리는 걸 보세요. 이건 엄격성과 엄밀성을 추구하는 학자적 정신의 부족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엄밀함과 엄격함의 잣대를 굳이 서양 고전에 들이밀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신 서양 이론이라는 게 서양 학자들이 고전을 재해석한 결과거든요. 그런데 한국 학자들은 새로운 서양이론이 나오면 무조건 쫓아가잖아요. 고전에 대한 엄격한 이해를 바탕에 두고 이를 새롭게 해석하여 새로운 사상을 만들 수 있다면, 그런 일이 줄어들겠지요. 서양 고전에 대한 이해는 우리만의 사상을 만들어나가는 길입니다.”
여러 철학자 가운데 아리스토텔레스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글은 건조하고 간결하지요. 재미는 덜하지만 학문적 엄격함에 비중을 두는 태도에 마음이 끌렸어요.” 그가 길어낸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수는 논리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본격적인 학문을 하기 위한 하나의 토대로서 논리학의 기초를 마련했어요. 논리학은 인문학적 사유 능력을 기르는 학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는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의 재현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어떤 주제를 놓고 정보를 모아 서로 토론하고 집단이성을 통해 오류를 걸러내어 올바른 방향을 찾는 일련의 과정은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이 추구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을 견뎌내는 사람, 즉 논리적으로 훈련이 잘된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고요.”
그는 인문학 고전을 번역·주해하는 일의 고단함에 대해서도 말했다. “학술진흥재단이 그나마 인문학자들을 후원해왔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지원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요. 즉시 결실이 나와야 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문학의 유용성은 장기적으로 나타나지요. 그래서 국가적 투자가 필요한 겁니다.”
스스로를 ‘아리스토텔리안’이라고 말하는 김 교수는 앞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석론 전서·후서>도 번역할 예정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의 큰 얼개를 국내에 소개하는 작업의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는 말을 통해 이뤄지는 정치 과정입니다. 어떤 주장을 어떤 형식에 담아야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지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배웠으면 합니다.” 논리가 아닌 힘이 지배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변증론>의 가치는 더욱 새롭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사진 도서출판 길 제공
엄격하고 정확한 고전읽기 강조해
“아고라는 그리스 논리학의 재현” 현대 철학까지는 아니어도 고대 그리스 철학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이름은 초등학생도 되뇔 수 있다. 그들이 남긴 경구는 시사 퀴즈에도 등장한다. 그런데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정말 서양 고전 철학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학문적 인생 전체를 그리스 철학 고전의 번역·주해에 바쳐온 김재홍 관동대 연구교수다. 그는 최근 아리스토텔레스의 <변증론>(길)을 번역·주해했다. 1998년에 번역본(까치)을 냈는데, 이번에 주해를 크게 보강하여 새로 발간했다. 지금까지 그가 펴낸 책을 일별하면 이번 작업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김 교수는 <그리스 사유의 기원>(살림), <에픽테토스 ‘담화록’>(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등을 썼다. 역서로는 <정신의 발견>(브루노 스넬·까치), <엥케이리디온>(에픽테토스·까치), <니코마코스 윤리학>(아리스토텔레스·공역·이제이북스), <소피스테스적 논박>(아리스토텔레스·한길사) 등이 있다. <변증론>의 재번역은 그리스 철학의 핵심인 논리학 연구의 큰 매듭을 짓는 일이다. 그가 펴낸 책 가운데 이른바 ‘대중서’는 하나도 없다. “고전을 번역하고 주석 다는 데 매달려 살았던” 시간의 열매다. 그가 추구하는 바는 널리 읽히는 게 아니라, 정확히 읽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어디에 나오는 걸까요. 누가 어떻게 지어냈는지 모르는 말이 아무 근거도 없이 버젓이 교과서에까지 실리는 걸 보세요. 이건 엄격성과 엄밀성을 추구하는 학자적 정신의 부족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엄밀함과 엄격함의 잣대를 굳이 서양 고전에 들이밀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신 서양 이론이라는 게 서양 학자들이 고전을 재해석한 결과거든요. 그런데 한국 학자들은 새로운 서양이론이 나오면 무조건 쫓아가잖아요. 고전에 대한 엄격한 이해를 바탕에 두고 이를 새롭게 해석하여 새로운 사상을 만들 수 있다면, 그런 일이 줄어들겠지요. 서양 고전에 대한 이해는 우리만의 사상을 만들어나가는 길입니다.”
‘변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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