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개밥바라기별’ 펴낸 작가 황석영
청소년 주인공의 성장통 담아
자퇴·출가·방랑…자전적 일화 황석영(65)씨가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을 내놓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했던 이 작품은 주인공 유준의 고교 1학년 시절부터 군에 입대한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성장기를 다룬다. “지난해 이맘때 <바리데기>를 내고 나서 전혀 새로운 젊고 어린 독자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에게 들려줄 얘기가 뭘까 궁리하다가 나 자신의 청소년기를 소설로 써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문학에는 이상하게도 성장소설이 많지 않더군요. 아마도 급박한 근대화 과정 때문에 내면을 돌아볼 여유를 찾지 못한 것일 텐데요. 제 소설을 통해서 젊은 세대들이 현실의 압박에서 한 발 물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0일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작가는 <바리데기> 이후 새롭게 만난 젊은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새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개밥바라기별>은 세칭 명문고에 입학했으나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유준과 친구들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그들이 결석을 밥 먹듯이 하고 낙제하거나 결국 퇴학까지 당하는 것은 학교라는 제도의 억압과 허위의식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주인공 유준은 담임 교사에게 보낸 자퇴이유서에서 비장하게 말한다: “저는 결국 제도와 학교가 공모한 틀에서 빠져나갈 것이며, 세상에 나가서도 옆으로 비켜서서 저의 방식으로 삶을 표현해나갈 것입니다.” 겉으로는 실없는 농담으로 친구들을 웃기며 불량기를 한껏 흘리면서도 실제로는 야무진 독서가이며 몰래 소설 습작을 하고 있는 그는 같은 말을 친구들에게는 이렇게, 문학적으로, 표현한다: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자퇴와 그 이후의 무전여행, 출가, 그리고 떠돌이 노동자를 좇아 노동과 방랑으로 보낸 한 시절 등 유준의 행로는 작가 자신의 그것과 대부분 겹친다. 작가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부분은 부끄러워서 감추고 싶었는데, 소설을 쓰는 동안 과거의 상처를 다시 끄집어 내어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작가가 된 걸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내밀한 옛 상처 마주쳐 다행
젊은 세대 자신의 내면 보길”
제목으로 쓰인 ‘개밥바라기별’은 금성의 다른 이름이다. 금성을 일컫는 별칭으로는 ‘샛별’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샛별은 새벽 하늘에 처음 뜬 금성을 이르는 말이고 개밥바라기별은 저녁 하늘에 뜬 금성을 가리킨다. 이 이름을 알려준 인물은 유준이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가했다가 붙들려 간 유치장에서 만난 떠돌이 노동자 ‘대위’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270쪽) 그러니까, 쏠리고 몰리더라도 본질에서는 개밥바리기별이 곧 샛별이라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의식이라 하겠다. 대위를 따라 전국을 유랑하면서 이런저런 품팔이 노동에 종사했던 경험은 <삼포 가는 길> <객지> 같은 작가의 대표 중단편을 낳았다. 소설 속에는 또 작가의 고교 시절 <사상계>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입석부근>을 비롯해 <가화(假花)> <가객(歌客)> <우화(羽化)> 등 초기 습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신인문학상 수상작을 어머니에게 읽어 드리는 장면은 특히 감동적이다. 총명한 장남이 의사나 판검사가 되기를 바랐던 어머니는 아들이 밤마다 끄적이며 써두었던 소설 원고를 아궁이에 집어넣어 불태워 버린 일도 있지 않았겠는가.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애틋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제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불효한 아들이었나를 이 책을 쓰면서 새삼 실감했습니다. 책 앞의 헌사는 어머니뿐 아니라, 몇 차례에 걸쳐 실패했던 제 가정과 가족에게 아울러 바치는 헌사이기도 합니다.” <바리데기>와 <개밥바라기별>에 이은 다음 작품으로 작가는 ‘강남형성사’(가제)를 쓰겠노라고 밝혔다. “‘강남형성사’란 한국적 자본주의의 형성사라 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과거처럼 덩어리 크게 쓸 게 아니라 컴팩트하게 쓸 겁니다. 강남의 여러 인물들을 우리 근대 민중연희의 총아라 할 꼭두각시 놀음이라는 상자 안에 넣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딱딱하거나 엄숙하지 않고 더 재미있게, 더 인터넷스럽게, 하나의 놀이판으로 꾸며 보려 합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자퇴·출가·방랑…자전적 일화 황석영(65)씨가 성장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을 내놓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했던 이 작품은 주인공 유준의 고교 1학년 시절부터 군에 입대한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성장기를 다룬다. “지난해 이맘때 <바리데기>를 내고 나서 전혀 새로운 젊고 어린 독자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에게 들려줄 얘기가 뭘까 궁리하다가 나 자신의 청소년기를 소설로 써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문학에는 이상하게도 성장소설이 많지 않더군요. 아마도 급박한 근대화 과정 때문에 내면을 돌아볼 여유를 찾지 못한 것일 텐데요. 제 소설을 통해서 젊은 세대들이 현실의 압박에서 한 발 물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0일 기자간담회를 마련한 작가는 <바리데기> 이후 새롭게 만난 젊은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새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황석영(65)
젊은 세대 자신의 내면 보길”
제목으로 쓰인 ‘개밥바라기별’은 금성의 다른 이름이다. 금성을 일컫는 별칭으로는 ‘샛별’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샛별은 새벽 하늘에 처음 뜬 금성을 이르는 말이고 개밥바라기별은 저녁 하늘에 뜬 금성을 가리킨다. 이 이름을 알려준 인물은 유준이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가했다가 붙들려 간 유치장에서 만난 떠돌이 노동자 ‘대위’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270쪽) 그러니까, 쏠리고 몰리더라도 본질에서는 개밥바리기별이 곧 샛별이라는 것이 이 소설의 주제의식이라 하겠다. 대위를 따라 전국을 유랑하면서 이런저런 품팔이 노동에 종사했던 경험은 <삼포 가는 길> <객지> 같은 작가의 대표 중단편을 낳았다. 소설 속에는 또 작가의 고교 시절 <사상계> 신인문학상 수상작인 <입석부근>을 비롯해 <가화(假花)> <가객(歌客)> <우화(羽化)> 등 초기 습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신인문학상 수상작을 어머니에게 읽어 드리는 장면은 특히 감동적이다. 총명한 장남이 의사나 판검사가 되기를 바랐던 어머니는 아들이 밤마다 끄적이며 써두었던 소설 원고를 아궁이에 집어넣어 불태워 버린 일도 있지 않았겠는가.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애틋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제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불효한 아들이었나를 이 책을 쓰면서 새삼 실감했습니다. 책 앞의 헌사는 어머니뿐 아니라, 몇 차례에 걸쳐 실패했던 제 가정과 가족에게 아울러 바치는 헌사이기도 합니다.” <바리데기>와 <개밥바라기별>에 이은 다음 작품으로 작가는 ‘강남형성사’(가제)를 쓰겠노라고 밝혔다. “‘강남형성사’란 한국적 자본주의의 형성사라 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과거처럼 덩어리 크게 쓸 게 아니라 컴팩트하게 쓸 겁니다. 강남의 여러 인물들을 우리 근대 민중연희의 총아라 할 꼭두각시 놀음이라는 상자 안에 넣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딱딱하거나 엄숙하지 않고 더 재미있게, 더 인터넷스럽게, 하나의 놀이판으로 꾸며 보려 합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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