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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전방위 작가 김정환표 ‘셰익스피어’의 향기

등록 2008-08-08 19:52

전방위 작가 김정환표 ‘셰익스피어’의 향기
전방위 작가 김정환표 ‘셰익스피어’의 향기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폭풍우〉
김정환 옮김/아침이슬·각권 1만원

전방위 작가 김정환(54)씨가 셰익스피어 전집 번역에 도전한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과 시 전부를 모두 40권으로 번역해 내기로 하고 우선 1차분 다섯 권을 선보였다.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등 ‘4대 비극’과 만년의 작품인 <폭풍우>가 그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고등학생 때 원서로 다 읽었죠. 대학 시절에도 끼고 살다시피 했구요. 지금도 심심하면 들춰 보는데, 작품마다 20~30번씩은 읽은 것 같아요.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셰익스피어의 매력이죠.”

대학(서울대 영문과) 시절의 김정환씨를 알았던 친구들은 그가 셰익스피어 전공 교수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유신 반대 학생운동에 가담하고 옥살이를 거치면서 그의 행로는 크게 방향을 틀었고, 그는 문화운동가이자 시인 겸 소설가·번역가로서 ‘예상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이제 5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러 오래전부터 꿈꾸었던 셰익스피어 전집 번역을 하고 있으니, 먼 길을 돌아서 제 자리로 왔다고나 할까.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폭풍우〉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폭풍우〉
“교수 될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삶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학교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는 것보다는 문화운동에 관여하면서 무대를 어느 정도 알게 된 게 번역에도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셰익스피어 자신이 단지 글을 쓸 뿐만 아니라 직접 극장을 경영하면서 배우 일도 하는 등 ‘통합적 인간’이었어요. 그의 작품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무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셰익스피어의 위대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햄릿형 인간’이니 ‘오셀로적 파멸’ ‘맥베스의 욕망’ ‘샤일록의 거래’와 같은 말에서 보듯 그가 창조해낸 인물들은 보편적 인간 유형의 대명사로 거론되곤 한다. 그만큼 인간의 복잡다단한 생리와 사회 구조, 그리고 역사의 진행을 정확하고 날카롭게 포착했다는 뜻이다. 영어권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그의 작품을 원작 삼아 새롭게 탄생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은 셰익스피어 문학의 저력을 잘 보여준다.

“<햄릿> 등 4대비극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역되었고 셰익스피어 전집 번역도 몇 차례 있었지만, 상당수의 번역이 한국어를 망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김정환씨가 직접 번역에 나선 변이다.


그는 가능한 한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어려운 한자어를 피하고 일상어를 적극 살려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매끄러운 윤문은 피하고, 운문은 운문으로 산문은 산문으로 새기며 행도 원작에 맞추었다. 그러다 보니 때로 다소 생경한 번역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식이다.

“적군의 개라도,/ 설령 나를 문 적이 있다 해도, 그 밤이라면 쬐었으리라,/ 내 집에서 곁불을. 그런데 당신은 기꺼이, 불쌍한 아버지,/ 우리에서 돼지와, 그리고 버림받은 자들과 지내셨나요,/ 바스러지고 케케묵은 지푸라기 속에서?”(<리어 왕> 4막 7장 중 코델리어의 대사)

1차분 다섯 권에 이어 올해 안에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등 2차분 일곱 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김정환씨는 현재 절반 가까이 번역을 끝내 놓았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번역 원고를 모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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