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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건축기행’낸 안영배씨
그 우수성 후학에 남겨 보렵니다 “일본·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두루 돌아보고나니, 우리 전통건축이 뭐가 다르고, 왜 뛰어난지가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선조는 건물과 자연의 공간을 모두 ‘상생’하여 잘 어울려 썼다는 거죠.” 인도 전통건축을 둘러본 지난 10여년 동안 발품의 결과를 모아 <안영배 교수의 인도건축기행>(다른세상 펴냄)이란 책을 낸 건축학자 안영배(73·전 서울시립대 교수)씨는 인터뷰 내내 이 책의 주제인 인도 건축보다는 우리 전통건축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했다. 수십년에 걸친 그의 진짜 관심사는 우리 건축의 묘미에 있기 때문일 터이다. 사실 그는 1970년대에 <한국건축의 외부공간>이란 책을 낸 이래 “우리 건축을 제대로 보기 위해” 외유를 시작했다. 한동안 일본과 중국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그곳의 고건축을 살폈다. 관심의 공간은 더 확장돼 외유는 인도·동남아시아로 이어졌다. “석조건축 덕분에 고건축물이 풍부한 인도는 한국의 건축학자한테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서양과 동양의 건축이 적절히 뒤섞여 중간 요소가 생각보다 꽤 많더군요. 서양과 동북아시아의 건축으로 나눠봤던 익숙한 시각에서 보면 ‘제3의 건축’이라 할만합니다.” 그는 건물만의 아름다움에는 관심이 없다. “목조니 석조니 하는 건물 재료나 화려한 내부 장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물 주변의 공간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그는 “건축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화려하고 편리한 건물 중심의 생각에서, 주변 공간과 건물의 조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그의 관심 때문에 그는 이 책에서 무갈제국의 샤 자한 황제가 왕비의 죽음을 애도해 지은 묘당인 인도의 대표 건축 ‘타지마할’, 위엄보다는 인간미가 더 느껴지는 궁전 ‘파테푸르시크’, 규칙적 인도 건축양식에서 다소 일탈해 지은이의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는 ‘묵테슈와라 사원’ 등 26곳의 유명 건축물을 답사하면서 여러 사진들에 더해 건물과 외부공간의 도면을 빠짐없이 실었다. 이미 여럿 출간된 인도 문화기행서와 달리 건축학자의 남다른 관심이 묻어난다. 우리 전통건축 뿐 아니라 일본·중국·인도·동남아 등 고건축을 두루 살펴온 그는 이제 다시 관심의 출발점인 한국 전통건축으로 되돌아와, 그 우수성을 종합하고 따져 후학에 남기는 일에 빠져볼 작정이다. 이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가 강해진다. “우리 전통건축은 건물이 놓인 자연의 장소에 따라 다 다릅니다. 옛 사찰들도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공간구조는 다 달라요. 언덕이나 비탈이 많은 우리땅에서 건축과 자연은 ‘상생’과 ‘원융’의 관계였지요. 그런데 해방 이후에 건물을 막 짓다보니 이런 좋은 점이 다 사라지고 아파트 같은 획일적 건축문화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는 “요즘 서구에선 친환경·생태 건축을 찾고 있으니, 이제라도 우리가 잃어버린 전통건축의 문화를 서둘러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경희대를 거쳐 서울시립대에서 정년퇴임한 뒤에도 한 동안 무척 바빴으나, 요즘 비로소 한가한 자신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해야겠습니다. 나이 탓에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쉽지는 않지만, 후학들한테 무언가 기록을 남겨야 할테니까요.”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그 우수성 후학에 남겨 보렵니다 “일본·중국에 이어 인도까지 두루 돌아보고나니, 우리 전통건축이 뭐가 다르고, 왜 뛰어난지가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선조는 건물과 자연의 공간을 모두 ‘상생’하여 잘 어울려 썼다는 거죠.” 인도 전통건축을 둘러본 지난 10여년 동안 발품의 결과를 모아 <안영배 교수의 인도건축기행>(다른세상 펴냄)이란 책을 낸 건축학자 안영배(73·전 서울시립대 교수)씨는 인터뷰 내내 이 책의 주제인 인도 건축보다는 우리 전통건축에 대해 더 많은 말을 했다. 수십년에 걸친 그의 진짜 관심사는 우리 건축의 묘미에 있기 때문일 터이다. 사실 그는 1970년대에 <한국건축의 외부공간>이란 책을 낸 이래 “우리 건축을 제대로 보기 위해” 외유를 시작했다. 한동안 일본과 중국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그곳의 고건축을 살폈다. 관심의 공간은 더 확장돼 외유는 인도·동남아시아로 이어졌다. “석조건축 덕분에 고건축물이 풍부한 인도는 한국의 건축학자한테 또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서양과 동양의 건축이 적절히 뒤섞여 중간 요소가 생각보다 꽤 많더군요. 서양과 동북아시아의 건축으로 나눠봤던 익숙한 시각에서 보면 ‘제3의 건축’이라 할만합니다.” 그는 건물만의 아름다움에는 관심이 없다. “목조니 석조니 하는 건물 재료나 화려한 내부 장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물 주변의 공간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그는 “건축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화려하고 편리한 건물 중심의 생각에서, 주변 공간과 건물의 조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그의 관심 때문에 그는 이 책에서 무갈제국의 샤 자한 황제가 왕비의 죽음을 애도해 지은 묘당인 인도의 대표 건축 ‘타지마할’, 위엄보다는 인간미가 더 느껴지는 궁전 ‘파테푸르시크’, 규칙적 인도 건축양식에서 다소 일탈해 지은이의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는 ‘묵테슈와라 사원’ 등 26곳의 유명 건축물을 답사하면서 여러 사진들에 더해 건물과 외부공간의 도면을 빠짐없이 실었다. 이미 여럿 출간된 인도 문화기행서와 달리 건축학자의 남다른 관심이 묻어난다. 우리 전통건축 뿐 아니라 일본·중국·인도·동남아 등 고건축을 두루 살펴온 그는 이제 다시 관심의 출발점인 한국 전통건축으로 되돌아와, 그 우수성을 종합하고 따져 후학에 남기는 일에 빠져볼 작정이다. 이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가 강해진다. “우리 전통건축은 건물이 놓인 자연의 장소에 따라 다 다릅니다. 옛 사찰들도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공간구조는 다 달라요. 언덕이나 비탈이 많은 우리땅에서 건축과 자연은 ‘상생’과 ‘원융’의 관계였지요. 그런데 해방 이후에 건물을 막 짓다보니 이런 좋은 점이 다 사라지고 아파트 같은 획일적 건축문화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는 “요즘 서구에선 친환경·생태 건축을 찾고 있으니, 이제라도 우리가 잃어버린 전통건축의 문화를 서둘러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경희대를 거쳐 서울시립대에서 정년퇴임한 뒤에도 한 동안 무척 바빴으나, 요즘 비로소 한가한 자신만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해야겠습니다. 나이 탓에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쉽지는 않지만, 후학들한테 무언가 기록을 남겨야 할테니까요.”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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