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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신들의 사관학교’에선 무얼 가르칠까

등록 2008-11-21 19:28수정 2008-11-21 19:32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자신을 찍는 사진기자들의 모습을 자신의 디지털카메라에 담고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자신을 찍는 사진기자들의 모습을 자신의 디지털카메라에 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신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이세욱 옮김/열린책들·각 권 9800원

베르베르 새 소설 ‘신 3부작’ 중 첫 편
인류 역사의 객관적 증인이 신 아닐까
인간의 성장·신의 정체 찾는 관념게임

베르나르 베르베르(47) 소설이 ‘중간역’에 다다랐다. 지난 2002년 우리나라를 두 번째로 찾았던 베르베르는 “과학과 영적·구도적인 것의 결합이 새로운 소설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물질-정신의 조화를 강조한 이유는 “테크놀로지만 홀로 남은 세상은 끔찍”하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새로 출간된 <신>은 그가 지닌 세계관을 신의 관점에서 투영한다. 시점이 신이므로 인류사를 꿰뚫는 ‘숨은 원리’를 찾고 싶다는 그의 욕망은 소설에서 자유 낙하를 한다. 진정한 ‘전지적 작가 시점’인 셈이다. <타나토노트>(1994)에서 저승(영계)을 탐사하는 ‘인간’ 미카엘 팽송의 모험을 그렸던 지은이는 <천사들의 제국>(2000)에선 ‘천사’ 팽송을 등장시켜 인간 셋을 수호하는 과정을 묘사한 바 있다. <신>에서 팽송은 인간·천사에 이어 ‘신 후보생’이 된다. 베르베르는 팽송을 앞세워 인간을 포함한 지구 전체를 찰흙 만지듯 세웠다 허물었다 한다. 중력과 시간에 매인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은 소설 속에서 요리조리 늘었다 줄었다 하며 지구·인간의 역사를 새로 보는 관점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지금의 역사가 기록된 문헌, 곧 승자들의 것일 수만은 없으며 객관적 ‘증인’이 있다면 바로 ‘신’이 아닐까 하는 물음에서 소설은 출발한다.


〈신 1·2〉
〈신 1·2〉
<신>의 무대는 우주 어딘가 ‘아에덴’이라는 섬이다. 거기엔 도시 올림피아가 있으며 그 중심에 올림포스 산이 있다. 미카엘 팽송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신 후보생’ 144명 가운데 하나가 된다. 새로운 환경에 어리둥절했던 그는 곧 ‘신 사관학교’에 적응한다. 동기생들은 모두 프랑스와 관련된 인물들이다. 아나키스트 조제프 프루동,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 배우 마릴린 먼로,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화가 반 고흐, 무용가 마타 하리 등과 팽송은 ‘1호 지구’(현실 속 지구)와 닮은꼴인 ‘18호 지구’를 놓고 신들에게 강의를 듣고 실습을 한다. 신 후보생들은 시간·물질·생명을 탄생시키고 인간을 씨족·부족으로 나눠 문명을 일구는 창조 과정을 겨루게 된다. 자신이 영향을 주는 씨족들이 경쟁에 밀린 후보생은 탈락해 ‘괴물’이 되고 만다. 때문에 ‘18호 지구’의 인간들뿐 아니라 신 후보생들도 반목과 갈등, 연대와 협력을 벌이며 각축한다. 팽송은 이와 같은 경쟁의 배후에 ‘또다른 신’의 조종과 음모가 있지 않은가 의심한다. 그는 라울·에드몽 등과 ‘테오노트’(신들의 왕국 탐사대)를 결성해 밤마다 ‘비밀의 진앙’ 올림포스 산으로 가는 모험을 벌이지만 번번이 좌절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일까?” 이처럼 소설은 지구·인간의 창조와 성숙 과정을 통해 역사·문명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축과, 신들이 벌이는 음모와 질투·배신의 정체를 밝히는 추리가 맞물려 진행된다. 느낌표를 얻어 가는 성장 소설과, 물음표를 끝없이 따라가는 추리 소설의 장점을 아울러 담은 셈이다. 여기에 베르베르 특유의 과학 소설적 상상력이 더해져 책장은 춤을 춘다.

지은이는 2004년 라디오 프랑스(RFI)와 한 인터뷰에서 “이제는 사랑과 문화 예술, 문명화 등이 폭력들보다 더 중시돼야 할 때”라며 다툼을 줄이기 위해 모든 인간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머리말에서 물은바 “만일 신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인류에게 가르친 것은 무엇일까 … 그들은 어떻게 인류의 삶에 개입할까? 그들은 왜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까”라는 의문은 현실을 어떤 형태로든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그것은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이며, <신>은 그것의 해답을 찾는 ‘관념의 모험’이자 발랄한 게임이다. 때문에 신작 <신>이 베르베르의 소설 가운데 교훈적 어조를 짙게 띠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3부작 가운데 1부 ‘우리는 신’을 우리말로 옮겼다. 내년에 2·3부 ‘신들의 숨결’ ‘신들의 미스터리’가 번역·출간되면 베르베르 소설의 ‘중간역’이 어떤 풍경인지 또렷해질 것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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