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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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문화’등 4권 펴내
‘재정난 타개책’우려 시선도 서울대출판부가 <영화 속의 문화>를 펴냈다. 김성곤 서울대 교수(영문과)가 영화를 통해 미국·유럽·한국의 문화를 풀어낸 내용이다. 영상매체를 다른 ‘텍스트’에 접목시켜 해석하는 작업이야 예전에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많이 이뤄졌다. 문학과 영상을 함께 묶는 김 교수의 지적 깊이가 담겨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할 것이 없는 책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한국 지식·출판계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서울대출판부가 대중교양서 시장을 노리고 기획한 ‘베리타스 시리즈’의 첫 권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문화>와 함께 <역사 속의 의인(醫人)들>(황상익 지음), <시간을 찾아서>(최덕근 지음), <스포츠 손자병법>(나영일·이동철 지음) 등이 함께 나왔다.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 4권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베리타스 시리즈’는 일반 독자들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황상익 교수(서울대 의대)는 히포크라테스에서 플레밍에 이르는 서양 의학자들의 인물을 되짚었고(<역사 속의 의인들>), 최덕근 교수(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는 지질학·고생물학·천문학을 넘나들며 시간의 철학적 의미를 묻는 독특한 작업을 했다. 나영일 교수(서울대 체육교육과)·이동철 교수(용인대 중국학과)는 <손자병법>을 현대 스포츠에 접목시켰다. 한국의 지성을 대표한다는 최고 학부의 출판부가 전문학술서적이나 대학교재 출판 대신, ‘낮은 곳으로’ 내려와 대중도서 시장에 명함을 내민 것에 사연이 없을 리 없다. 각 대학들이 출판부를 독립채산제로 운영토록 하면서, 서울대출판부도 이 흐름을 거부하지 못했던 것이 근본 이유다. 독립채산제를 갖춘 지 2년여 만에 본격적인 ‘수익창출’에 나선 것이다. 독립채산제로 운용해온 성균관대 출판부가 이미 대중교양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등 다른 대학 출판부의 ‘성공 사례’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됐다. 서울대출판부 나름의 모델도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비롯한 외국의 유수 대학들은 그 출판부를 매개 삼아 학문활동을 대중화·세계화시키고 있다. 대학출판부가 상아탑과 세계가 만나는 ‘항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고답적인 학술서적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사회와 공유하려는 서울대출판부의 노력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학술의 대중화보다 대중의 구미만 쫓아다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변화가 출판부를 수익창출의 수단으로 여기는 각 대학들의 ‘재정난 타개’ 방침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조차도 대학출판부의 학문적·사회적 역할을 ‘시장논리’에만 떠맡길 경우, 학술출판의 본령을 누가 개척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베리타스 시리즈’는 <야누스로서의 법과 정의>(가제·조국 서울대 교수) 등 조만간 나올 후속 책들을 통해 이런 물음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놓을 계획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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