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희(52) 돌베개 대표
한국출판인회의 새 회장 한철희 돌베개 대표
“불황 여파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우리도 지난해 15% 정도 매출이 줄었다. 올해도 출판계 상황은 별로 좋지 못하다. 큰 출판사들에선 구조조정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럴 때 회장을 맡아 어깨가 더 무겁다.”
활로 찾으려면 새 기구 필요
“세상살이 지혜, 책 속에 있어” 최근 350여개 출판사들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출판인회의의 새 회장에 뽑힌 한철희(52·사진) 돌베개 대표는 1일 출판인회의 최대 현안이자 올해 역점 추진사업을 ‘출판진흥기구 설립’으로 꼽았다. “10여년 전 출판회의 출범 직후부터 그 문제를 제기했다. 출판계에 대한 심의·통제기구는 있지만 진흥기구가 없다는 건 잘 못된 것이다. 지난 정부도 출판진흥을 정책의제로 삼아 출판지식산업육성책 10대 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그런데 정부가 바뀌면서 기존 심의·통제 기구를 적당히 개편해서 존속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합의체제인 위원회 형태가 되든 집행부 중심의 재단법인 형태가 되든 상당한 정부 예산지원을 받게 될 진흥기구는 출판유통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다매체시대에 맞춰 출판 콘텐츠도 다양화하며, 출판물의 국외수출도 활성화하는 등 한국출판의 활로를 모색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새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회장은 강조했다. “모양새를 바꿔봤자 진흥기구가 될 순 없다. 기존 심의·통제 기구는 그 일부 순기능을 새 기구 안에서 살리면 된다. 지금도 정부의 지원은 있지만 단편적이고 산발적이어서 효과가 떨어진다. 중장기적 마스터 플랜을 세워 집중력과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새 진흥기구가 필요하다.” 한 회장이 1979년 설립된 인문사회과학 출판사 돌베개에 편집자로 입사한 것은 83년. 그때 만든 첫번째 책이 <전태일 평전>이었다. 93년 대표가 됐으며, 중간에 3년 정도 딴 일을 한 시기를 빼곤 20여년 간 돌베개 사람이었다. 98년 외환위기(아이엠에프 사태) 여파로 연쇄부도 위기에 빠진 출판계가 자구책으로 출판인회의를 만들 때 준비단계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 회장은 초창기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신경써야 할 또 하나의 인프라 사업이 인재양성 작업. “서울북인스티튜트(SBI)라는 출판인 양성기구가 있는데 편집, 디자인, 영업 분야의 새 인력을 교육·훈련하고 기존인력 재교육도 실시해 출판인들의 자질을 체계적으로 높이는 일을 한다. 지금까지 4천여명이 거쳐간 이 사업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또 노동부 지원을 받아 출판 무경험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교육하는 서울출판예비학교가 있다. 한 기에 30~40명씩 배출하는데, 지금 4기째다. 배출자 전원이 출판분야에 취직했다.” 그런데 문제는 수용시설 한계. “출판인회관이 포화상태여서 교육생을 더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란다. 불황기에 일자리 창출에 고심하는 정부가 마땅히 관심을 기울일만하지 않은가. 고질적인 도서정가문제 등 유통문제 개선도 여전히 맞붙어 싸워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재작년 도서할인 규정이 바뀌었으나 10% 추가할인으로 사실상 책값을 19%나 할인해 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고시제가 개선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한 회장은 두 가지를 더 주문했다. 하나는 인터넷 서점에 대해 “5~6년 전 시작할 때와는 달리 이미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지나친 할인에 의존하는 편법을 탈피해 온·오프가 함께 공생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금과 같은 불황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당장 눈 앞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좀 더 길게 전체를 보고 성찰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그 길은 책 속에 있으니 책 좀 많이 읽어 달라”는 얘기다. “학원 시간 한 시간만이라도 줄여 아이들과 함께 읽고 생각하는 여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고질적인 교육문제나 가정의 행복에도 무슨 돌파구가 열리지 않겠는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세상살이 지혜, 책 속에 있어” 최근 350여개 출판사들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출판인회의의 새 회장에 뽑힌 한철희(52·사진) 돌베개 대표는 1일 출판인회의 최대 현안이자 올해 역점 추진사업을 ‘출판진흥기구 설립’으로 꼽았다. “10여년 전 출판회의 출범 직후부터 그 문제를 제기했다. 출판계에 대한 심의·통제기구는 있지만 진흥기구가 없다는 건 잘 못된 것이다. 지난 정부도 출판진흥을 정책의제로 삼아 출판지식산업육성책 10대 과제의 하나로 설정했다. 그런데 정부가 바뀌면서 기존 심의·통제 기구를 적당히 개편해서 존속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합의체제인 위원회 형태가 되든 집행부 중심의 재단법인 형태가 되든 상당한 정부 예산지원을 받게 될 진흥기구는 출판유통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다매체시대에 맞춰 출판 콘텐츠도 다양화하며, 출판물의 국외수출도 활성화하는 등 한국출판의 활로를 모색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새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회장은 강조했다. “모양새를 바꿔봤자 진흥기구가 될 순 없다. 기존 심의·통제 기구는 그 일부 순기능을 새 기구 안에서 살리면 된다. 지금도 정부의 지원은 있지만 단편적이고 산발적이어서 효과가 떨어진다. 중장기적 마스터 플랜을 세워 집중력과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새 진흥기구가 필요하다.” 한 회장이 1979년 설립된 인문사회과학 출판사 돌베개에 편집자로 입사한 것은 83년. 그때 만든 첫번째 책이 <전태일 평전>이었다. 93년 대표가 됐으며, 중간에 3년 정도 딴 일을 한 시기를 빼곤 20여년 간 돌베개 사람이었다. 98년 외환위기(아이엠에프 사태) 여파로 연쇄부도 위기에 빠진 출판계가 자구책으로 출판인회의를 만들 때 준비단계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한 한 회장은 초창기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신경써야 할 또 하나의 인프라 사업이 인재양성 작업. “서울북인스티튜트(SBI)라는 출판인 양성기구가 있는데 편집, 디자인, 영업 분야의 새 인력을 교육·훈련하고 기존인력 재교육도 실시해 출판인들의 자질을 체계적으로 높이는 일을 한다. 지금까지 4천여명이 거쳐간 이 사업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또 노동부 지원을 받아 출판 무경험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교육하는 서울출판예비학교가 있다. 한 기에 30~40명씩 배출하는데, 지금 4기째다. 배출자 전원이 출판분야에 취직했다.” 그런데 문제는 수용시설 한계. “출판인회관이 포화상태여서 교육생을 더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란다. 불황기에 일자리 창출에 고심하는 정부가 마땅히 관심을 기울일만하지 않은가. 고질적인 도서정가문제 등 유통문제 개선도 여전히 맞붙어 싸워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재작년 도서할인 규정이 바뀌었으나 10% 추가할인으로 사실상 책값을 19%나 할인해 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고시제가 개선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한 회장은 두 가지를 더 주문했다. 하나는 인터넷 서점에 대해 “5~6년 전 시작할 때와는 달리 이미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 상황에서 지나친 할인에 의존하는 편법을 탈피해 온·오프가 함께 공생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금과 같은 불황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당장 눈 앞 상황에 휘둘리지 말고 좀 더 길게 전체를 보고 성찰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그 길은 책 속에 있으니 책 좀 많이 읽어 달라”는 얘기다. “학원 시간 한 시간만이라도 줄여 아이들과 함께 읽고 생각하는 여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고질적인 교육문제나 가정의 행복에도 무슨 돌파구가 열리지 않겠는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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