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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사람] 이보다 나쁠지 모를 ‘상상 속 통일’

등록 2009-04-14 18:28수정 2009-04-14 19:10

소설가 이응준(39)
소설가 이응준(39)
통일 이후 배경 ‘국가의 사생활’ 소설 낸 이응준씨
인민군 출신 폭력조직 내부의 살인과 음모
남북한 폐단의 결합 속 ‘실존적 질문’ 던져

한동안 문단을 떠나 있었던 소설가 이응준(39·사진)씨가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민음사)을 들고 돌아왔다. <세계의 문학>에 실렸던 이 소설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일된 뒤인 2016년을 배경 삼아 인민군 출신 폭력 조직을 등장시킨 작품이다.

“사실 저부터가 통일에 대해서는 막연하고 관념적인 생각 만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통일이 갑작스러운 현실로 닥쳤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를 가상해 본 소설입니다. 읽는 이에 따라서는 황당한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 나름대로는 300여 권의 책을 읽고 탈북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사회과학적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입니다.”

14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응준씨는 “이 소설을 많은 분들이 읽고 통일과 북한 동포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의 사생활>은 2011년 남북이 통일된 뒤 인민군 출신들이 결성한 폭력 조직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조직 내부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 배후를 캐 들어가던 주인공 리강은 엄청난 음모와 맞닥뜨린다. 소설은 살인과 시체 소각, 배신과 미행 같은 누아르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면서 음모와 추적, 추리와 반전 등 스릴러적 흥미 역시 가미했다. 북한 출신 미녀들이 활동하는 유흥업소와 인민군 출신 폭력 조직이 공생하면서 남한과 북한의 나쁜 점들만을 모아 놓은 듯한 설정은 ‘디스토피아로서의 통일’을 강력하게 환기시킨다.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통일 되면 큰일나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그러나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두 문장으로 줄여 본다면 ‘통일이 되어 우리는 불행하다. 하지만 나는 너를 만나서 좋았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작가로서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인가’와 같은 실존적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어요. 민족의 통일과 자본주의적 타락 등 이야기의 주제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대중적인 코드를 동원했습니다.”

소설은 49개의 짧은 장들로 이루어졌다. 영화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장면들로 짜여져 있는데, 시간 순서가 뒤섞여 있어서 퍼즐을 맞추 듯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2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등단해 낭만주의적 연애 소설을 쓰던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본래는 누아르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리 역사에는 누아르적 시공간이라 할 만한 게 많지 않습니다. 해방에서 전쟁에 이르는 시기, 그리고 일제 강점기의 중국 상하이 정도가 그에 해당할까요. 통일 직후, 인민군 병사들과 그들의 무기가 대책 없이 풀려 나오는 시기가 누아르적 시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선택했습니다.”

작가는 그러나 “이 소설은 저 나름대로 철학성과 구조, 문체 등에 최선을 다한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외람되지만 내면적으로는 최인훈 선생의 <광장>에 기대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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