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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뭇매로 단련된 왕따 ‘가문의 영광’ 일구다

등록 2005-05-19 19:27

 유대인의 역사 1~3<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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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역사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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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을 마을 하나로 축소할 수 있다면, 유대인은 한 마을에 사는 우리 이웃이면서도 오랜 세월 동안 힘 깨나 쓰는 가문들한테 ‘왕따’ 당한 세월을 살아야 했던 집안이다. 왕따 정도가 아니다. 가족 모두가 집도 없이 흩어지고 죽임까지 당하는 혹독한 시련이었다. 그러면서도 유대 집안은 억척스럽게 자기 가문을 지켜냈고 개중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도 여럿 배출했다. 마을 경제를 움직이는 부유한 손도 유대 집안에서 나왔다. 이런 ‘민족생존 드라마’를 보여준 유대 집안은 마을사람들한테 부러움이자 경계의 대상으로 비친다.

그래서 ‘유대인’과 ‘역사’라는 낱말의 조합만으로도 2천년 동안 흩어져 살아온 유랑과 고난의 역사라는 묵직한 삶의 무게를 얹어준다.

영국인 역사저술가 폴 존슨이 쓴 <유대인의 역사>(살림 펴냄)는 지구촌의 일원으로 살면서도 “다른 어떤 민족들보다 독립적이며 특별한 정체성을 창출”한 유대인 4천년 역사의 주요 장면을 담아냈다. 그것은 2세기 로마제국에 저항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고향에서 쫓겨난 이래 중세 유럽인한테 나라 없이 핍박받고 심지어 ‘게토’(유대인 강제거주지)에서 격리된 삶을 살았으며 20세기 나치에 의해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당해야 했던 시련의 역사이면서, 하나님의 계획을 운명적으로 믿었던 계시의 역사이고, 위대한 유대인 사상가·과학자를 낳은 영광의 역사다. ‘성경 속의 유대인들’(1권), ‘유럽의 역사를 바꾸다’(2권) ‘홀로코스트와 시오니즘’(3권)이라는 부제를 달아 전 3권으로 출간됐다.

지은이 폴 존슨이 아브라함부터 오늘에 이르는 4천년의 유대 민족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유대인이 끊임없이 반유대주의의 적대자를 만났으면서도 “고유한 동질성을 지켜준 힘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호기심에서 발동한다. 자신의 고유성을 고집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문화에 대한 영민한 적응력 덕분일까.

유대인 2천년 유랑과 고난의 역사 고유한 동질성 지켜준 힘은 뭘까?
영민한 적응력 뒤엔 때릴수록 높여왔던 응전의지

%%990002%% 유대인의 역사는 끝없는 유랑의 역사였다.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이런 유랑을 강요했던 반유대주의의 끝없는 도전은 유대인의 강한 응전을 더욱 드높였다.

기원전 13세기 이집트의 압제에서 탈출한 ‘출애굽’ 때 광야에서 보낸 40여년의 고통스런 현실을 이야기로 기록하고 승화시킨 것이 유대교였다. 인류 최초의 ‘인격적 유일신’ 신앙은 유랑의 집단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또 2세기 로마제국에 의해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이산(디아스포라)’ 민족, 유대인은 중세시대에 그리스도교도가 꺼렸던 직업인 고리대금·금융에 진출해 정치적 핍박 속에서 경제력을 키웠다. 유대인은 격리지구인 ‘게토’ 안에 거주하면서 학자들이 지배하는 공동체를 이루며 오히려 자신들의 신앙과 전통을 지키면서도 독특한 합리주의를 키워냈다.

지은이는 게토 공동체 안에 쌓은 이런 ‘지성의 탑’ 덕분에 19세기 이후 게토에서 벗어나 유대인은 그 정신역량을 세계에 과시하기 시작했다고 바라본다. 마르크스, 스피노자,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하이네, 로자 룩셈부르크, 트로츠키 등 역사의 궤적을 바꾼 여러 유대인들은 인류 ‘명예의 전당’에 종종 그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사상 배경에는 여전히 유대 정신의 전통이 알게 모르게 스며 있다고 지은이는 해석한다. 예컨대, 마르크스의 공산주의는 유대인의 종말론과 메시아주의에 닿아 있으며,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유대교의 신비주의 계통의 책 <조하르>에서 선뵌 방법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우주의 질서에 신적 존재를 다소 인정한 아인슈타인의 우주론엔 이성의 힘을 믿는 합리주의는 물론 신비주의를 줄이고 합리적 신앙을 좇았던 중세 유대인 랍비 마이모니데스의 전통이 서려 있다는 식이다.

유대인은 이제 다른 핍박의 당사자로서 역사에 등장해 있다. 19세기 말 시오니즘을 주창한 이래, 1918년 영국군의 팔레스타인 점령, 1930~40년대 유대인의 대이주, 1947년 국제연합의 이스라엘 독립 승인 이후 팔레스타인은 지구촌의 민감한 분쟁지역이 됐다. 팔레스타인 원주민과 아랍세계에 ‘중동 평화의 파괴자’로 비치는 유대인의 오늘 모습은 이런 역사의 역설을 보여준다.

유대인을 다룬 책으로, 유대인 혐오의 역사를 세밀하게 분석한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볼프강 벤츠 지음, 윤용선 옮김, 푸른역사 펴냄, 1만3000원)와 유대인의 역사를 다룬 <성서 이후의 유대인>(최영순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9800원)도 최근 출간됐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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