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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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만들기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우리와 로봇의 구별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세계 로봇공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로드니 브룩스 박사(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인공지능연구소장)는 로봇공학의 대중적 입문서로 쓴 <로봇 만들기>(바다출판사 펴냄)에서 짧게는 지난 50년, 길게는 지난 500년 동안 전개된 과학기술과 컴퓨터·로봇공학의 흐름을 종합해 사람과 기계의 미래 관계에 대해 이런 결론을 제시한다. 통제 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신개념의 로봇 ‘징기스’(6족 보행)의 개발자이며 최첨단 인공지능·인공생명 로봇의 연구자인 그의 예측과 주장에는 전문가의 철학과 식견이 묻어난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인공지능 로봇공학의 현주소와 미래이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순수한 사람)와 ‘그들’(기계)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으며 공존하게 될지에 관한 인간과 기계의 철학이기도 하다. 브룩스가 던지는 물음과 전망의 몇 대목을 잠깐 들어보자.
그들은 우리를 지배할까?
그는 ‘로봇은 인간을 지배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로봇의 운명은 할리우드 영화에 나타나듯이 로봇이 스스로 번식하며 진화하고 사람의 통제권을 벗어날 것이라는 ‘저주의 시나리오’도 아니며, 실리콘에 의식을 다운로드해 로봇이나 네트워크 속에서 인간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구원의 시나리오’도 아니다. 브룩스는 ‘제3의 길’을 제시한다.
인간의 특별함에 로봇은 도전해왔다
인간의 생명도 기계와 결합돼간다 로봇은 사람의 지능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 몸 역시 갈수록 ‘기계화’의 길을 걸어 더욱 강해지기에 ‘순수한 기계’인 로봇은 ‘기계와 인간의 융합체’인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 브룩스의 예측이다. 그는 인간의 기계화는 이미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한다. 실제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와우각,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망막, 그리고 로봇팔과 로봇다리는 인간 몸의 일부가 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과 순수하게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그들로서의 우리’가 된다. 또 다른 중요한 물음. 우리는 특별한가? 브룩스의 답은 ‘우리는 특별하며 특별하지 않다’이다. 그는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언어(통사론)와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며, 기계와 다른 것은 로봇이 시뮬레이션(흉내내기)할 수 없는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은 현재 우리의 특별함을 지키는 최후의 요새다.” 그렇지만 지난 과학의 역사는 인간의 특별함을 조금씩 허물어온 역사였다. 인간이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우리 역시 진화하는 동물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브룩스는 이제 인간의 특별함에 대한 세번째 도전으로 ‘기계의 도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기계”라고 선언한다. “신체는 궁극적으로 물리학과 화학으로부터 도출되는 잘 규정된 규칙에 따라 상호작용하는 구성요소로 이뤄진다. 몸은 아마도 무수히 많은 부분으로 이뤄진 기계이고…” “따라서 원리상 기계가 감정을 갖는 것은 가능하다”라는 게 그의 논리다. 이런 주장의 근거에는 생명현상을 분자들의 생화학 작용으로 규명하는 분자생물학, 그리고 이를 응용하는 생명공학이 급속히 전개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로봇공학과 빠르게 결합하는 현실이 놓여 있다. 브룩스의 논리에는 모든 것을 ‘입자의 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던 기계론 철학자 데카르트의 모습이 언뜻언뜻 겹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무엇이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지, 그것이 세포인지 유전자인지 지능인지 감정인지 의식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 또는 다른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로봇철학’의 화두를 던져준다. 로봇이 인간 몸과 인간 생활 속으로 더 자주 더 깊게 들어올 것이 분명한 시대에 우리 사회도 이제 인간과 기계의 ‘행복한 만남’은 어떠해야 할지 진지한 관심과 토론이 필요해지리라.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인간의 특별함에 로봇은 도전해왔다
인간의 생명도 기계와 결합돼간다 로봇은 사람의 지능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 몸 역시 갈수록 ‘기계화’의 길을 걸어 더욱 강해지기에 ‘순수한 기계’인 로봇은 ‘기계와 인간의 융합체’인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 브룩스의 예측이다. 그는 인간의 기계화는 이미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한다. 실제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와우각,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망막, 그리고 로봇팔과 로봇다리는 인간 몸의 일부가 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과 순수하게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그들로서의 우리’가 된다. 또 다른 중요한 물음. 우리는 특별한가? 브룩스의 답은 ‘우리는 특별하며 특별하지 않다’이다. 그는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언어(통사론)와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며, 기계와 다른 것은 로봇이 시뮬레이션(흉내내기)할 수 없는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은 현재 우리의 특별함을 지키는 최후의 요새다.” 그렇지만 지난 과학의 역사는 인간의 특별함을 조금씩 허물어온 역사였다. 인간이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우리 역시 진화하는 동물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브룩스는 이제 인간의 특별함에 대한 세번째 도전으로 ‘기계의 도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기계”라고 선언한다. “신체는 궁극적으로 물리학과 화학으로부터 도출되는 잘 규정된 규칙에 따라 상호작용하는 구성요소로 이뤄진다. 몸은 아마도 무수히 많은 부분으로 이뤄진 기계이고…” “따라서 원리상 기계가 감정을 갖는 것은 가능하다”라는 게 그의 논리다. 이런 주장의 근거에는 생명현상을 분자들의 생화학 작용으로 규명하는 분자생물학, 그리고 이를 응용하는 생명공학이 급속히 전개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로봇공학과 빠르게 결합하는 현실이 놓여 있다. 브룩스의 논리에는 모든 것을 ‘입자의 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던 기계론 철학자 데카르트의 모습이 언뜻언뜻 겹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무엇이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지, 그것이 세포인지 유전자인지 지능인지 감정인지 의식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 또는 다른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로봇철학’의 화두를 던져준다. 로봇이 인간 몸과 인간 생활 속으로 더 자주 더 깊게 들어올 것이 분명한 시대에 우리 사회도 이제 인간과 기계의 ‘행복한 만남’은 어떠해야 할지 진지한 관심과 토론이 필요해지리라.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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