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경 고명철 오창은 정은경 박성원 이명원 김별아 손홍규씨(왼쪽부터)가 7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에 임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예심
응모작 211편 중 4편 본심확정…이달말 심사
추리등 장르적 장치 늘어…‘경향급변’ 비판도 “소설 경향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정통 리얼리즘의 서사와 묘사체가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죠. 요즘은 구성의 묘와 캐릭터의 특성에 의존하는 소설들이 많아졌어요. 하위문화적 요소도 적극 도입되고 있구요. 소설이라는 서사양식 자체가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명원)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예심이 끝났다. 예년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응모작 211편 중에서 네 편이 본심에 올랐다. 일단 50 대 1이 넘는 경쟁을 뚫은 작품들이다. 7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예심에는 소설가와 평론가 네 사람씩이 참가했다. 김별아·박성원·손홍규·심윤경(이상 소설가)씨와 고명철·오창은·이명원·정은경(이상 평론가)씨. 이들은 응모작들을 나눠서 1차 심사를 벌인 뒤 각자 고른 한 편씩 모두 여덟 편을 돌려 읽고 예심에 임했다. 응모작들의 전체적인 경향에 대한 느낌은 대체로 일치했다. 고명철씨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야기에 굶주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정은경씨는 “문학잡지에 실린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박성원씨도 “예년에 비해 추리나 에스에프 같은 장르적 장치가 많아졌다”면서 “장르냐 순수냐를 떠나 좋은 작품이냐 나쁜 작품이냐를 두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비판적인 견해들도 있었다. 오창은씨는 “사회 상황의 영향 탓인지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았다”고 지적했고, 심윤경씨는 “사회가 어둡고 각박해졌다 해도 그 안에서 이해와 연민, 공감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손홍규씨도 “우리 소설이 하나의 경향에서 다른 경향으로 너무 급격하게 건너뛰는 게 아닌가, 다른 예술 장르에서 이미 성과를 거둔 모티브를 소설이 뒤늦게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고 밝혔다. 본심 진출작 ㄱ에 대해 김별아씨는 “살부(殺父)라는 고전적 주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쓴 작품”이라면서 “구성에서도 완결성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이명원씨도 “경계성 인격장애를 지닌 인물의 내면세계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며 “의표를 찌르는 구성과 극적 반전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성원씨는 “한마디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거들었다.
본심 진출작 ㄴ에 대해 심윤경씨는 “일견 무책임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과감한 구성에다 살아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명원씨도 “현실의 핵심적인 문제임에도 정통적인 수법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주제를 알레고리적 기법으로 다룬 수작”이라고 말했다. 본심 진출작 ㄷ을 강력하게 민 정은경씨는 “인물이 살아 있고, 원조교제를 비롯한 우리 현실의 어두운 지형을 사실적으로 그려 보여주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본심 진출작 가운데 유일한 역사소설인 ㄹ을 두고 오창은씨는 “문학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역사 속 인물을 잘 소화했다”며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고명철씨도 “튀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히는 문장의 품격이 느껴졌다”며 “다만 인물에 대한 작가의 과도한 애정 때문에 미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대목들이 거슬렸다”고 말했다. 반면 손홍규씨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너무 관대한 것 같다”면서 “당선작으로 밀 만한 작품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심 진출작들에 대해서도 그는 △인물에 대한 치밀한 탐구가 부족하고 △문장이 너무 안이하거나 설명적이며 △지식과 정보를 짜깁기한 느낌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예심의 마지막 관문을 뚫지 못한 응모작들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연민이 살아 있고 희망에 집착하는 작품이라서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부실공사로 끝났다”(심윤경),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끔찍함을 추구한 점이 장르 영화를 모방한 게 아닌가 싶었다”(정은경), “여러 장르소설들에서 본 듯한 장면과 모티브들이 많이 보였다”(박성원)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의 최종 결과는 이달 말 본심을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추리등 장르적 장치 늘어…‘경향급변’ 비판도 “소설 경향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정통 리얼리즘의 서사와 묘사체가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죠. 요즘은 구성의 묘와 캐릭터의 특성에 의존하는 소설들이 많아졌어요. 하위문화적 요소도 적극 도입되고 있구요. 소설이라는 서사양식 자체가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명원) 제14회 한겨레문학상 예심이 끝났다. 예년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응모작 211편 중에서 네 편이 본심에 올랐다. 일단 50 대 1이 넘는 경쟁을 뚫은 작품들이다. 7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예심에는 소설가와 평론가 네 사람씩이 참가했다. 김별아·박성원·손홍규·심윤경(이상 소설가)씨와 고명철·오창은·이명원·정은경(이상 평론가)씨. 이들은 응모작들을 나눠서 1차 심사를 벌인 뒤 각자 고른 한 편씩 모두 여덟 편을 돌려 읽고 예심에 임했다. 응모작들의 전체적인 경향에 대한 느낌은 대체로 일치했다. 고명철씨는 “사람들이 여전히 이야기에 굶주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고, 정은경씨는 “문학잡지에 실린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박성원씨도 “예년에 비해 추리나 에스에프 같은 장르적 장치가 많아졌다”면서 “장르냐 순수냐를 떠나 좋은 작품이냐 나쁜 작품이냐를 두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소 비판적인 견해들도 있었다. 오창은씨는 “사회 상황의 영향 탓인지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았다”고 지적했고, 심윤경씨는 “사회가 어둡고 각박해졌다 해도 그 안에서 이해와 연민, 공감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손홍규씨도 “우리 소설이 하나의 경향에서 다른 경향으로 너무 급격하게 건너뛰는 게 아닌가, 다른 예술 장르에서 이미 성과를 거둔 모티브를 소설이 뒤늦게 따라가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했다”고 밝혔다. 본심 진출작 ㄱ에 대해 김별아씨는 “살부(殺父)라는 고전적 주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쓴 작품”이라면서 “구성에서도 완결성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이명원씨도 “경계성 인격장애를 지닌 인물의 내면세계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며 “의표를 찌르는 구성과 극적 반전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성원씨는 “한마디로 대단한 작품”이라고 거들었다.
본심 진출작 ㄴ에 대해 심윤경씨는 “일견 무책임해 보이는 설정이지만 과감한 구성에다 살아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명원씨도 “현실의 핵심적인 문제임에도 정통적인 수법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주제를 알레고리적 기법으로 다룬 수작”이라고 말했다. 본심 진출작 ㄷ을 강력하게 민 정은경씨는 “인물이 살아 있고, 원조교제를 비롯한 우리 현실의 어두운 지형을 사실적으로 그려 보여주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본심 진출작 가운데 유일한 역사소설인 ㄹ을 두고 오창은씨는 “문학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역사 속 인물을 잘 소화했다”며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고명철씨도 “튀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히는 문장의 품격이 느껴졌다”며 “다만 인물에 대한 작가의 과도한 애정 때문에 미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대목들이 거슬렸다”고 말했다. 반면 손홍규씨는 “다른 심사위원들이 너무 관대한 것 같다”면서 “당선작으로 밀 만한 작품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심 진출작들에 대해서도 그는 △인물에 대한 치밀한 탐구가 부족하고 △문장이 너무 안이하거나 설명적이며 △지식과 정보를 짜깁기한 느낌 등을 단점으로 꼽았다. 예심의 마지막 관문을 뚫지 못한 응모작들에 대해서는 “유일하게 연민이 살아 있고 희망에 집착하는 작품이라서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부실공사로 끝났다”(심윤경),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끔찍함을 추구한 점이 장르 영화를 모방한 게 아닌가 싶었다”(정은경), “여러 장르소설들에서 본 듯한 장면과 모티브들이 많이 보였다”(박성원)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의 최종 결과는 이달 말 본심을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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