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상(48) 한국리더십개발원 연구위원
도청 사수조 임영상씨 ‘부끄러운 탈출’ 펴내
1980년 당시 고교생이었던 한 5·18 시민군의 투쟁 경험이 책으로 나왔다.
한국리더십개발원 임영상(48·사진) 연구위원은 12일 ‘고교생 시민군의 5·18 회상기’란 부제를 단 <부끄러운 탈출>(푸른미디어)을 펴냈다. 이 책에는 80년 5월21일부터 거리 시위에 가담했다가 진압작전이 펼쳐진 27일 전남도청에서 탈출할 때까지 1주일의 기록이 오롯이 담겨 있다.
당시 광주 서석고 3학년이던 임씨는 21일 시위에 가담해 시위대와 함께 나주와 영암, 무안, 함평, 목포 등을 돌며 광주의 참상을 알렸다. 26일에는 총기를 받고 5·18의 최후 항전지인 전남도청의 사수조에 배치돼 27일 새벽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시작되자 가까스로 탈출했다.
책은 임씨의 행적을 날짜순으로 펼쳐놓은 기록이나 풍부한 사진과 사건 설명말을 곁들여 5·18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띈다. 부록으로 부상자와 구속자 현황, 계엄군 출동장비, 5·18 진상규명 투쟁 등을 실어 사료적 가치를 높였다.
또 도청 진압 직후 진압군이 총을 겨누고 있는 교련복 차림의 앳된 고등학생 사진의 주인공이 저자의 중학교 동창인 윤영철(당시 동신고 3·인천 부평 거주)씨임을 새롭게 밝혀냈다. 당시 <동아일보> 사진기자였던 김녕만씨가 찍은 이 사진은 계엄군의 무자비한 진압 실태를 보여준 대표적인 증거로 80년대 후반 세상에 알려졌다.
임씨는 “고교생 시민군이 수백명 넘게 활약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일부나마 활약상을 알려 5·18 의 진실을 세우는 데 이바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인 김준태씨도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고교생이던 5·18 시민군이 펴낸 최초의 5·18 투쟁기일 것”이라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정의감이 높은 한 청소년이 두려움을 넘어서 계엄군과 맞서 싸운 투쟁담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평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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