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속에 숨은 과학2〉
〈속담속에 숨은 과학2〉
정창훈 글·최현묵 그림/봄나무·9500원 입말 구수한 속담들 뜯어보니
조상들 통찰에 과학원리 반짝
사람살이 밀착된 지혜가 가득 옛날 아주 먼 옛날 6500만년 전쯤에 멕시코 대륙에 커다란 운석이 떨어지면서 먼지구름이 생겨났어요. 지구를 깜깜하게 할 만큼, 공룡이 모두 사라질 만큼. 운석은 지구의 1200분의 1도 안 됐지만 물체가 부딪치면 충격량이 생기기 때문에 지름 180㎞가 넘는 커다란 웅덩이를 만들었대요. 그런데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속담을 만든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 지구 반대편의 어마어마한 충돌은 보지 못했지만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을 보면서 시간과 압력이 충격량에 미치는 영향을 헤아렸나봐요. 케케묵은 속담에 과학자들도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힘은 시간이에요. 온도계도 망원경도 없던 시절에 사람들은 관찰을 통해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입말로 전했다지요. 지구의 자전축이 조금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몰라도, 2월에는 시베리아 기단과 북태평양 기단이 힘겨루기를 한다는 사실을 몰라도 ‘쥐구멍에도 볕이 들어오고’ ‘봄추위가 장독을 깨더라’는 속담에는 자연현상을 오래 들여다보고 원리를 파악한 지혜가 담겨 있어요. 먼저 깨우친 사람들이 구수한 입말로 남겨주니 옛날 어린이들은 과학공부가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달의 공전주기는 29.5일’이라는 말보다는 ‘한 달이 크면 한 달이 작다’는 말이 훨씬 기억하기도 이해하기도 쉽지요?
케케묵었다고? 과학자도 놀란 속담 속 과학
혹시 콩 심어서 팥 거두고 올챙이 시절 기억하는 개구리를 찾는 친구가 있다면 새로 속담을 만들어도 좋아요. 속담은 이렇게 ‘마파람에 곡식 자라듯’ 계속 커졌답니다. <조선말 대사전>에는 속담만 1만6000개가 실려 있대요. 그렇다고 미리 한숨 쉴 필요는 없어요. 우선 이 책의 속담 16개만 배워도 ‘되 글을 가지고 말 글로 써 먹는 법’이니까요.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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