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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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지음/김영사·1만800원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은 ‘좋은벗들’이라는 모임을 이끌며 북한 이탈 주민들을 돕는 일을 하는 걸로 이름이 높지만, 인터넷에서는 ‘주례사 들려주는 스님’으로 더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법륜 스님 주례사’ 내용에 감동받은 이들이 퍼나르는 통에 널리 퍼진 것이다. 직장 문제, 가정 문제, 사회 문제에 대해 언제나 쾌도난마하듯 명쾌하게 이야기해주는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 사람들은 헝클어졌던 머릿속이 정돈되는 느낌을 받는다. <행복한 출근길>은 법륜 스님이 이런저런 온갖 문제로 괴로워하는 평범한 대중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을, 그래서 출근길이 행복해지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직장인보다 직장생활을 더 잘 알고 부부들보다 부부생활을 더 잘 아는 삶의 치유자”라는 출판사의 소개글이 과장이 아니다. 이 책은 지난 4월 중순 출간돼 한 달 남짓 만에 1만8000부가 출고됐다고 한다. 법륜 스님은 ‘즉문즉설’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어떤 문제든 물으면 즉각 그 자리에서 답해주는 일에 달통했다는 뜻이다. 이 책에서도 스님은 즉문즉설의 자세로 가정·직장 문제로 고심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고 적실하게 답해준다. “사람들이 괴로워 죽겠다고 말합니다. 그럼 ‘기도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기도는 하기 싫어요’ 합니다. 아직 살 만하기 때문입니다. 괴롭기는 하지만 수행하고 기도까지 해 가면서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지는 않다는 겁니다.” 스님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만 무조건 다 받아주지는 않는다. 그가 하는 말의 핵심은 ‘자기 마음을 제대로 보라’는 것이다. “화가 잘 다스려지지 않습니다. 화를 낼까요? 참을까요?” 보통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들 이런 의문에 스님은 이렇게 답한다. “화가 난다고 화를 내 버리는 것은 제1의 길인 쾌락에 속합니다. 화가 날 때 무조건 참는 것은 제2의 길인 고행에 속합니다. 제1의 길도, 제2의 길도 해탈의 길이 아닙니다. 해탈의 길은 두 길을 떠난 제3의 길 ‘중도’입니다.” 그러면 중도는 구체적으로 어떤 길일까? “그래서 화가 일어날 때는 첫째, 화가 일어나는 줄을 빨리 알아차려야 합니다. 여기서 ‘화가 일어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른 말입니다. (…) 화를 내거나 참는 쪽으로 가지 말고, 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태를 지켜보는 것입니다. 알아차리면 그 화가 더 커지지 않습니다.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화가 저절로 사라집니다.” 요점은 화를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것이다. “그 화의 존재를 매우 뚜렷이 바라본다는 뜻에서 이를 ‘관법’(觀法)이라고 하지요.” 그 관법의 원말이 ‘위빠사나’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책을 편집한 김영사의 황은희 편집팀장은 “직장생활에서 누구나 겪는 연봉, 인간관계, 적성, 미래 같은 문제들에 대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에게 힘을 주는 것 같다”며 “먼저 읽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식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찰력 있는 말씀은 문자와 같은 매질의 저항을 뚫고 그 힘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법륜 스님의 ‘행복 강의’를 담은 이 책도 즉문즉설의 현장감을 잃지 않는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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