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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만화 주인공이 안내하는 ‘르네상스 미술관’

등록 2009-05-22 21:46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피렌체편〉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피렌체편〉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피렌체편〉
김태권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이탈리아 화가 바사리 내세워
‘프리마 베라’ 등 걸작 그림 설명
한 컷 안에 그림+만화 새 실험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브루넬레스코 같은 르네상스 미술의 고수들이 ‘무공’을 겨루던 시절, 금융업으로 번성하던 이탈리아 도시국가 피렌체는 그들의 예술이 꽃을 피우는 화려한 무대였다. 미술사학자 야코프 부르크하르트가 “근대 유럽 정신의 가장 중요한 공방”이라 부른 피렌체에서 천재들은 걸작을 탄생시키기 위해 고대를 모방하고 되살리고 결국은 고대를 압도했다.

만화가 김태권씨의 새 작품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는 우리를 500년 전 피렌체의 거리와 화랑 속으로 이끌고 가, 천재 미술가들이 혼신을 불태우는 현장의 관객이 되게 한다. 익히 그 높은 명성은 들어보았으나, 진수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르네상스 예술의 세계를 가장 편안한 매체인 만화로 풀어내는 내공이 깊다. 근엄하게만 보이던 미술품들이 만화의 말풍선을 만나,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지은이는 이 미술 여행의 가장 완벽한 안내자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희랍과 라틴 문헌 등 서양고전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르네상스 미술을 일반인들에게 가장 쉽고 친숙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빼어난 실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는 이미 수년 전 <십자군 이야기>로 강호를 평정한 바 있다. 역사학자 같은 깊이와 장인의 만화체가 어우러진 이 ‘튀는 작품’에서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현대판 ‘십자군 전쟁’으로 풍자하며, 중세와 현재를 넘나드는 ‘지식 만화’의 세계를 펼쳐보였다.

미켈란젤로는 왜 다비드상의 눈동자를 하트 모양(아래 사진 점선 안)으로 조각했을까?
미켈란젤로는 왜 다비드상의 눈동자를 하트 모양(아래 사진 점선 안)으로 조각했을까?

새로 내놓은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에서 그 내공은 한층 깊어진 듯하다. “혼자 보기 아까운 걸작을 보며 느꼈던 감동, 그 끝내주는 기분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 지난 10년 동안 이 작품을 준비했다는 그는 르네상스 미술을 자신의 눈으로 재해석해 능숙하게 풀어냈다. 수수께끼의 화가 보티첼리의 <베누스의 탄생>과 <프리마 베라> 속 여신의 모델은 누구일까? 미켈란젤로는 왜 다비드상의 눈동자를 하트 모양(아래 사진 점선 안)으로 조각했을까? 왜 <피에타>의 성모 마리아는 예수보다도 젊은 얼굴인가? 왜 <최후의 만찬>은 그리자마자 훼손되기 시작했으며, 천재 다빈치는 그토록 많은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겼을까? 지은이가 곳곳에 숨겨놓은 미술사의 논쟁과 해석들이 흥미롭다.

그림체도 더 무르익고 편안해졌다. 그는 이질적인 두 요소인 만화와 회화를 한 컷 안에서 만나게 하는 새로운 형식 실험을 시도한다. 말풍선 속에 미술품의 일부가 들어가고, 미술 작품을 배경으로 만화 속 주인공들이 거닌다. 독자들이 작품의 섬세한 부분까지 편안하게 감상하고 이해하게 하는 장치다.

이 책에서 그가 내세운 주인공은 조르조 바사리(1511~1574)다.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에서 활약한 화가이자 건축가, 저술가였던 바사리는 동시대에 활약했던 예술가 200여명의 전기를 기록해 <르네상스 미술가 열전>을 남겼다. 그는 이 시기 미술에 ‘고대의 재생’을 뜻하는 르네상스라는 이름을 붙여준 인물이다. 피렌체의 예술에 매혹됐던 그가 남긴 기록들이 만화의 컷과 말풍선 사이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도시국가 피렌체의 유력가문 메디치가와 예술가들의 애증 관계는 르네상스 미술의 자양분이었다. 로렌초 메디치 주변에 모인 지식인들과 미술가의 합작을 통해 보티첼리는 지적 유희로 가득한 회화를 그렸고, 미켈란젤로는 평생 어떤 주제든 작품으로 척척 소화하는 천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의 기본 축은 피렌체에 모여든 예술 천재들의 경쟁이다. 1401년 피렌체에서는 브루넬레스코와 기베르티의 십자가상 조각 대결이 열렸다. 기베르티가 근소한 차이로 이긴 이 공모전은 피렌체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기도 했다. 100년 뒤 늙은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젊은 신예 미켈란젤로가 자존심을 건 한판의 벽화 대결을 벌였다. 바사리는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 사이에는 서로 심하게 경멸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숙명의 라이벌 관계를 기록했다. “육체적 아름다움은 아무리 예찬해도 지나치지 않고, 그 행동거지에는 무한한 우아함이 있었던” 매력남 레오나르도와 외모도 차림새도 성격도 정반대였던 미켈란젤로는 상반된 미술 세계를 통해 세상을 뒤흔들었다.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미켈란젤로의 무시무시한 힘은 ‘테리빌리타’, 레오나르도의 우아한 매력은 ‘그라치아’라고 일컬어진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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