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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산골분교 운동회에 6개 나라 모였어요

등록 2009-06-05 21:51

〈몽당분교 올림픽〉
〈몽당분교 올림픽〉




〈몽당분교 올림픽〉
김형진 지음/책먹는아이·9500원

강원도 속초의 외딴 마을 몽당분교의 학생은 모두 7명이다. 한국에 일하러 온 필리핀인 부모를 둔 호세피노, 나이지리아 부모가 드라마 <대장금>을 보며 한국에서 낳은 딸 이영애, 우즈베키스탄 귀화인의 자녀 에르킨, 타이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솜차이, 북한에서 온 박만덕, 동네 몽당사의 동자승 하철수 들이 몽당분교의 소중한 학우들이다. 학년도 제각각이고 피부색이며 인종도 다르지만 몇 년을 오누이처럼 지내온 아이들에게 ‘다름’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아이들은 ‘마미, 매, 마메, 나나미, 마’ 등 제 나라 말들이 모두 엄마를 뜻하고, 전교 1등 호세피노가 가끔 들려주는 필리핀 속담이 한국에서도 들어맞는 일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산골분교 운동회에 6개 나라 모였어요
산골분교 운동회에 6개 나라 모였어요

‘글로벌 학교’ 몽당분교에서 해마다 열리는 가을 운동회를 마을 사람들이 ‘올림픽’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올림픽이 항상 유쾌하지는 않다. ‘다름’에 익숙지 않은 본교 교장 선생님에게 ‘올림픽’은 마뜩잖다. 특히 베트남전 경험을 평생의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김 상사는 끊임없이 ‘구별짓기’에 나선다. 몽당리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호아는 “베트콩을 수도 없이 죽였다”는 김 상사의 무용담이 매우 불편하다.

철없는 동자승 철수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작가는 에피소드를 풀어내면서 할 말을 다 한다. 운동회에 펄럭이는 만국기에 미국·중국·일본 국기는 있어도 우즈베크·나이지리아·필리핀 국기는 없다. 호아와 함께 이곳으로 시집온 투아는 남편의 매질에 집을 나갔다. 마을 어귀에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 절대 도망가지 않음’이라는 펼침막이 버젓이 걸린다.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순혈주의와 배타성을 아프게 꼬집고 있는 셈이다.

어른들도 새겨들어야 할 무거운 문제들을 가벼운 문체로 재미있게 그려냈다. 그러나 200쪽에 이르는 이야기에 삽화가 곁들여지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등 고학년.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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