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이 되긴 싫어…인생 연출 내 손으로!
동네 재개발 바람에 심란한 아이들
무료 미술교실서 인형극 하며
획일적 욕망 대신 더불어 행복 배워
무료 미술교실서 인형극 하며
획일적 욕망 대신 더불어 행복 배워
〈모여라, 유랑인형극단!〉
김중미 글·오정희 그림/낮은산·1만원 ‘무료 미술교실의 학생을 모집합니다. 미술의 기초를 익히고 함께 인형을 만들고 놀아요. 선착순 다섯 명.’ 서울-인천을 잇는 고속도로변 ‘희망동’의 허름한 미술학원에 이런 공고가 내걸린다. 대표적 사교육의 하나인 미술학원이 무료라니? 부모들은 반신반의하지만 아이들은 쭈뼛쭈뼛 모여든다.
희망동 논밭엔 아파트가 들어선 지 오래다. 게다가 재개발 예정지로 잡혀 집값마저 들썩거린다. ‘가진 사람들’이야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못 가진 사람들’은 주거가 불안정하다. 그뿐 아니다. 칠순이 넘은 경수 외할아버지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재계약된 지 열한 달 만에 해고통보를 받는다.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용역회사의 꼼수에 가슴을 칠 수밖에 없다. 치운이네는 동네에 들어선 대형마트 때문에 정육점 문을 닫을 판이지만, 치운이 엄마는 그 마트에 취직하는 ‘뜨악한 일’이 벌어진다.
아이들의 삶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교는 한 반 39명의 아이들을 살갑게 보듬어주지 못한다. 특히 공부에 관심 없는 아이들에겐 더 그렇다.
그런 아이들에게 남궁사부의 미술교실은 방과후 학교를 넘어선 대안학교라 할 만하다. 남궁사부는 미술을 통해 아이들과 대화하고 정성 들여 그들과 교감한다. 획일적인 욕망을 좇아가는 도시생활에 자신감을 잃은 아이들을 걱정하던 남궁사부는 인형극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교실 밖에서 본격적으로 산 교육이 시작되는 셈이다.
“솔직히 난 공부 공부 하면서 멀쩡한 애를 열등생으로 만드는 학교가 싫다.”
남궁사부는 다른 걸 잘해도 공부를 못하면 바보로 낙인찍어 버리는 학교를 향해 이렇게 일갈한다.
획일적인 공교육에 대한 작가의 엄중한 비판은 ‘행동하는 자신감’과 경험에서 나온 것 같다.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유명한 이 책의 작가 김중미씨는 20년 넘게 실제로 인천 만석동 등지에서 ‘기차길옆 작은학교’를 운영해왔다. 이곳 아이들과 해마다 인형극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림을 그린 오정희씨가 ‘기차길옆 작은학교’ 출신이라는 점도 의미 있다. 지금도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인형극 공연에 힘을 쏟고 있으니, 중간중간 들어간 삽화에는 그의 경험이 녹아 있는 셈이다. 만화를 공부한 오씨는 익숙한 이야기가 담긴 동화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꿈을 이뤘다.
“외고나 특목고 가는 꿈, 좋은 대학에 가는 꿈, 시이오가 되고 부자가 되는 꿈…그런 꿈에는 ‘나’만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포기하게 만드는 불행한 꿈이기도 하지요.”
김중미 작가는 서문에서부터 나지막이 속삭인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또 나 혼자만 잘 살려 하지 말고 다 함께 잘 살자고.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김중미 글·오정희 그림/낮은산·1만원 ‘무료 미술교실의 학생을 모집합니다. 미술의 기초를 익히고 함께 인형을 만들고 놀아요. 선착순 다섯 명.’ 서울-인천을 잇는 고속도로변 ‘희망동’의 허름한 미술학원에 이런 공고가 내걸린다. 대표적 사교육의 하나인 미술학원이 무료라니? 부모들은 반신반의하지만 아이들은 쭈뼛쭈뼛 모여든다.
〈모여라, 유랑인형극단!〉
남궁사부는 다른 걸 잘해도 공부를 못하면 바보로 낙인찍어 버리는 학교를 향해 이렇게 일갈한다.
인형이 되긴 싫어…인생 연출 내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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