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조성자와 떠나는 신들의 나라, 그리스〉
〈동화작가 조성자와 떠나는 신들의 나라, 그리스〉조성자 글·센(구은선) 그림/시공주니어·1만1000원 그리스 하면 생각나는 것은? 먼저 세계적인 스포츠제전인 올림픽일 것이고, 유명한 도시국가인 아테네와 스파르타 정도…. 그러나 우리 생활 곳곳에는 알게 모르게 그리스의 흔적이 스며 있다. 발뒤꿈치 힘줄을 가리키는 아킬레스건은 그리스 신화의 용맹스런 전사 ‘아킬레우스’에서 유래했고, 응급상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매력적인 소리의 소유자 ‘세이렌’에서 나왔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인 나이키·헤르메스도 마찬가지다. 1912년 대서양에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태닉호도 거인족인 ‘티탄’에서 따왔다. 근육남들이 펄떡이는 액션을 선보였던 영화 <300>은 스파르타 얘기였다. 이른바 ‘서양 문명’의 최초 발원지인 그리스 신화와 역사가 전세계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는 셈이다. 동화작가 조성자씨는 그리스를 두 차례 여행하고 이 책을 썼는데, 그리 한가로운 여행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테네에서는 바가지 택시요금을 경험했고 올림피아에서 델포이로 가는 도중에는 자동차 바퀴에 못이 박혀 사고가 날 뻔했다. 갑작스런 폭우에 감기에 걸려 고생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 고생을 하면서 그리스에 온 이유가 뭐지?’라며 스스로 질문을 던졌다. 작가의 답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거드름 피우는 제우스, 샐쭉거리는 헤라,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 보이는 아프로디테 등…. 올림포스 12신의 모습은 세상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닮은 신들을 만들어낸 그리스에 온다면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는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기행문 형식을 탈피해, 자신의 풍성한 취잿거리를 재료 삼아 초등학생들과 함께 크레타·미케네·스파르타·아테네를 여행하는 식으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여행 도중 실제로 만났던 아크로폴리스의 검정개, 델포이의 고양이가 여행가이드로 나서 주요 유적을 설명한다. 또 아테네 편에서는 ‘소크라테스 할아버지’가 깜짝 등장해 자신의 일생을 들려준다. 그의 제자 플라톤은 스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아테네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카타르시스 이론을 설명한다. 아이들의 귀에 쏙쏙 들어올 법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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