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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빅뱅, 우리 우주와 짝꿍 우주 충돌로 발생”

등록 2009-07-10 19:32

〈끝없는 우주-빅뱅 이론을 넘어서〉
〈끝없는 우주-빅뱅 이론을 넘어서〉
“물질·에너지 없는 텅빈 두 우주
대충돌로 입자·빛 소용돌이 생겨”
신생 가설로 표준모형에 도전




〈끝없는 우주-빅뱅 이론을 넘어서〉
폴 스타인하트·닐 투록 지음, 김원기 옮김/살림·1만2000원

“미국의 우주학자 폴 스타인하트 교수(프린스턴대학) 등 4명의 공동 연구자는 ‘우주 대폭발이 우리 우주와 숨은 또하나의 우주(평행우주)의 충돌로 초래된 것’이라는 가설을 지난달 말 국제 물리학술지 <피직스 리뷰>에 발표했다. <사이언스> 등 저명한 과학저널들은 ‘급팽창 가설에 대한 20여년 만의 새로운 가설’이라며 관심을 나타냈다.”(<한겨레> 2001년 4월17일치 26면)

2001년 3월 현대 우주론의 표준모형에 야심찬 도전장을 던져 주목받았던 그 연구팀 중 2명인 폴 스타인하트 교수와 닐 투록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자신들의 신생 가설을 다듬고 풀어쓴 책 <끝없는 우주-빅뱅 이론을 넘어서>(2007)가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우주는 137억년 전 대폭발(빅뱅)로 시작됐으며 극적인 급팽창(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며 지금의 우주 구조를 만들었다는 표준 우주모형은 여전히 강건하지만, 지은이들은 책에서 표준모형을 자신들의 ‘평행우주 대충돌’ 또는 ‘주기적 우주’ 모형의 논쟁 맞상대로 삼고 있다.

논쟁이 흥미진진하려면 먼저 쟁점이 분명해야 한다. 지은이들은 현대 우주론 논쟁의 큰 그림을 보여주면서 ‘교과서 과학’처럼 받아들여지는 대폭발 이론의 약점을 조목조목 들춰낸다. 왜 표준모형은 우주 시간에 시작만 있고 끝은 없다 말할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대폭발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또 극적 과정을 거치며 지금 우주 구조를 만들었다는 급팽창 에너지는 왜 갑자기 사라지고 이젠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이끄는 암흑에너지가 등장했을까?

지은이들은 표준모형의 설명이 대폭발, 급팽창,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같은 이질적 이론들을 그때그때 받아들이다 보니 이런 약점을 드러내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해법은 여러 이론들을 깔끔히 꿰매는 “상위의 원리”다. 해결사로 ‘끈 이론’과 ‘여분차원(3차원 이상의 차원) 이론’이 도입된다. 무엇보다도 암흑에너지는 혁신적으로 재해석됐다. 표준모형에선 암흑에너지가 우주 공간을 잡아당기는 팽창의 힘일 뿐이지만, 새 가설에선 우리 우주와 평행 우주를 떨어뜨렸다 다시 잡아당겨 충돌하게 하는 ‘용수철’ 같은 힘으로 설명된다.

“빅뱅, 우리 우주와 짝꿍 우주 충돌로 발생”
“빅뱅, 우리 우주와 짝꿍 우주 충돌로 발생”

새 가설을 요약해 보자. ‘여분차원이 있는 거대 공간에서 우리 우주는 짝을 이루는 평행 우주와 함께 ‘막’(브레인)처럼 떠돌며 존재한다. 그런 우주에서 대폭발 직전의 상태는 표준모형이 말하듯이 초고온·초고밀일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물질도 에너지도 없는 텅 비고 평평하며 정적인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두 우주는 서서히 접근해 ‘대충돌’을 일으키는데 그 영향으로 엄청난 에너지 요동이 일어나며 우주는 입자와 빛의 소용돌이로 돌변한다. 이게 지금 우주의 탄생이다. 지금 우리한테 관측되는 구조와 물질 상태로 진화한 우주는 다시 암흑에너지에 의해 더욱 팽창하다 결국엔 평평하고 텅 빈 대충돌 직전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이 가설에선 표준모형의 주역인 급팽창 에너지가 갑자기 무대에 출현했다 사라질 일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일도 없다. 늘 있는 우주가 물질과 에너지 상태를 바꾸며 되풀이되는 주기적 순환이 무한히 계속될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빅뱅도 가장 최근에 있었던 빅뱅으로 얘기된다. 암흑에너지는 대폭발과 급팽창이 일어난 뒤에 출현하는 조연이 아니라 우주 시간의 순환을 이끄는 주연으로 등장한다.

우주론 가설들을 듣다 보면, 어디까지 과학적 ‘사실’이고 어디까지 과학적 ‘상상’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지은이들은 우주론의 무대가 언제나 틀림없는 관찰 사실들만이 행진하는 곳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우주론 가설을 대할 때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주를 두고 직접 실험을 할 수도 없고 먼 과거로 여행할 수도 없기에, 우주론 학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래전에 빛을 내보낸 천체를 끈질기게 관찰하고 간접 정보를 모으며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적 설명을 하려고 애쓰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정돈된 교과서의 우주론을 들려주지는 않지만 당연히 받아들이던 표준 우주론을 갑론을박의 무대에 올려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지은이들의 2001년 가설 발표에 앞서, 신상진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가 물리학술지 <피직스 레터>에 비슷한 평행우주 충돌 가설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도 이미 여러 우주론 학자들이 활약하고 있는데, 이제는 우리 과학자들이 쓰는 멋진 우주론 이야기들도 더 많이 읽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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