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역사 ‘6명의 노무현’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2009년 7월10일.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의 49재가 치러졌다. ‘노무현’은 역사가 됐고,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이제 서로 다른 세계의 무관한 사이가 된 것인가? 아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것이다. ‘노무현’의 치열했던 삶이 역사이듯, ‘우리’의 오늘도 내일의 역사다. 그러므로 ‘노무현’과 ‘우리’는 살아 있는 역사로 만난다. 무엇을 징검돌 삼아?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대통령 노무현’의 고향 봉하마을의 ‘아주 작은 비석’에 새겨진 글귀다. 이 한 줄의 문장은 저곳의 ‘노무현’과 이곳의 ‘우리’를 잇는 마음과 신념의 끈이 될 것이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2007년 9월2일과 16일, 10월20일 세 차례에 걸쳐 ‘임기 말 대통령 노무현’을 만나 나눈 심층 대화를 재료 삼아, ‘망자 노무현’을 떠올리며 정리한 것이다. ‘노무현’은 대통령 임기 5년의 성과와 한계를 진솔하게 되짚었고, 글쓴이는 그 대화를 통해 ‘6명의 노무현’을 벼려냈다. 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정치학자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 인간 노무현. 노무현은 말했다. “시민들의 투표로 지도자가 결정되는 것이지, 지도자가 스스로 투표하지 않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투표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의 각성, 이것이 궁극적으로 답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희망했다. “부족한 대로 동지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는 떠났고, ‘우리’는 남았다. 이제 무엇을 어찌할 텐가? /오마이뉴스·1만3000원.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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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자란 교육민주화 씨앗
〈붉은 담 안에서 전한 사연〉
감방에서 쓰는 편지는 애절하다. 주변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유난하고, 생각의 깊이도 다르다. 평생을 독재와 몰상식에 맞서 교육과 사회 민주화에 바쳐온 이목 선생의 편지들도 그렇다. <붉은 담 안에서 전한 사연>은 부제 그대로 ‘참교육 운동의 뿌리, 이목 선생의 옥중 서간집’이다. 1922년 경북 의성에서 난 지은이는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1960년 4·19혁명 때 어린 제자들의 의기와 희생을 목격하고 “구구한 변명과 고식적인 자괴보다 실천적 행동으로써만 그들에게 보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교원노동조합 결성에 앞장섰다. “올바른 민주학원을 건설해 이 나라 민주주의의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1961년 5·16 쿠데타 세력은 그를 ‘특수 반국가행위’로 기소해 10년형을 선고했다. 지은이는 5년 동안 감옥에 갇혔지만, 그가 주도한 한교조는 오늘날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로 명맥이 이어졌다.
이 책은 단순히 감옥 담장을 넘어온 사신이라기보다, 50년 세월을 뛰어넘은 산 역사이자 어언 미수(米壽)에 이른 선구적 지식인의 뜨거웠던 삶의 단면이다. 다섯 자녀와 아내, 장모와 주고받은 편지들에는 공인으로서의 철학과 한 개인으로서의 진솔한 감정들도 오롯이 녹아 있다.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기록”이라고 헌사했다. 엄혹한 현실은, 50년 전 군사쿠데타 집단의 으름장이 반세기가 흐른 지금도 집권세력과 교육부 관료들과 검찰 같은 이른바 ‘엘리트 집단’ 일부에서 시퍼렇다는 것. /우리교육·1만8000원.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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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우주’에서 살아남기
〈어린왕자의 귀환〉
작은 별에 사는 남수와 주영. 등록금도 생활비도 올라서 학교도 못 가고 놀러도 못 가는 신세다. 남수가 “신자유주의 음모에 맞서자”며 빈주먹 움켜쥐는 동안 현실적인 주영은 일자리를 알아본다.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 남수와 주영은 정규직이 되려고 무한경쟁을 하면서 장미마저 뽑아버리기에 이른다. 어느새 ‘보이지 않는 손’을 믿게 된 그들은 불경기가 몰아닥치자 급기야 ‘무급 인턴’이 되고 먹고살기 위해 부업을 시작한다.
<어린왕자의 귀환>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바오바브 나무가 통째로 집어삼킨 21세기 한국을 이렇듯 어린왕자가 사는 작은 별로 압축시켜 보여준다. 신자유주의의 정체와 요지경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이 간명한 만화 그림체를 따라 단순 명쾌하게 드러난다.
<십자군 이야기>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의 작가 김태권씨가 대학 시절 서평집과 교지 등에 연재했던 만화를 추려 모으고 일부는 새로 그려 엮었다. 핵심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만화 뒤에는 경제학자 우석훈씨가 이론적인 설명을 보완해 해제를 달았다. 가령, 우산과 소금을 팔던 남수와 주영이 ‘비교우위’에 있는 우산만 팔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우산공장을 차렸다가 망하는 일화는 비교우위 이론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해제로 이어진다. 지은이는 먼지 쌓인 원고를 모으며 “어떻게 이렇게 지금 상황과 꼭 들어맞을까?” 놀랐다고 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더욱 잦아들었는데도 문제 그 자체는 더욱 심각해졌다”는 지은이의 진단에 귀 기울일 때다. /돌베개·1만2000원. 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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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때문에 카트라이더가…
〈맞수기업열전〉
맞수는 몰락의 원흉이자, 성공의 비결이다. 기업은 맞수에 참패를 당하기도 하지만, 맞수와 경쟁하며 시장을 선도한다. 삼성전자-엘지전자, 비너스-비비안, 신한은행-우리은행, 이수만의 에스엠(SM)-박진영의 제이와이피(JYP), 옥션-지마켓….
<한겨레21> 정혁준 경제팀장이 대한민국 52개 선두기업의 라이벌전과 뒷이야기 속에서 ‘맞수의 경제학’을 풀어냈다. “삼성전자가 옆에 있기에 엘지전자도 안주하지 않고 늘 깨어” 있다. 삼성전자는 엘지전자에 뒤지는 만년 2위를 벗어나기 위해, 73살의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신규투자를 결심했다. 케이티는 에스케이티에 2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밀리자, “쇼를 하라”며 치고 나와 3세대 시장에서는 백중세를 이뤘다. 신라호텔은 한국미와 현대적 감각으로, 웨스틴조선호텔은 집 같은 편안함으로 경쟁한다. 진로와 롯데주류의 순한 소주 경쟁은 원가를 절감하는 ‘윈윈’이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과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는 대학 선후배 사이지만, 10년간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
맞수를 상대하고 이기는 전략은 진취적 기업가 정신, 상대의 대응을 고려한 게임전략, 변화에 적응하는 진화다. 정주영 전 현대건설 회장은 “해봤어?” 한마디로 반대를 물리치고, 중동에 진출해 성공했다. 홈쇼핑에서 왜 밤 11시에 고가품을 내놓는지, 야쿠르트 아줌마의 경쟁력과 기업별 광고모델 기용 전략도 짚었다. 이건희 회장 때문에 카트라이더 게임이 나왔다는 비사도 공개된다. 도서실에서 무수한 기업들의 사사와 씨름한 땀냄새가 배어난다. /에쎄·1만5000원. 김순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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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집 아저씨’ 오, 아름다운 땅이여!
〈헉 hug! 아프리카〉
한 중년 남자가 어느 날 아프리카 여행을 결심했다. 절벽 위 천 원짜리 매트리스, 사막에 세워진 텐트 하우스에서의 70여일. 제대로 된 이불도 없었지만 사하라 사막의 노숙에선 쏟아져 내리는 별들을 봤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글 쓰고 사진 찍고, 그림까지 그린 지은이는 ‘쌀집 아저씨’로 알려진 문화방송 의 김영희 피디. “ 프로그램이 막대한 권력으로 부상할 즈음, 몸과 마음이 바닥”을 쳤다는 지은이는 <헉 hug! 아프리카>에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한다.
빅토리아 폭포, 킬리만자로 산맥에 대한 경외는 점점 이곳 사람들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헉’ 소리가 날 만큼 낯설고 아름다운 땅에 대한 단상을 모아 그의 표현대로 껴안기(hug)에 이르는 것. 티렐리 절벽 아래 작은 마을에서 1천만원에 일부일처제를 제안받고 항공사 직원의 억압적인 태도에 주눅든 사람들도 만난다. 이에 안타까움과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잔지바르의 몰락한 지주의 아들 에디, 말리 가는 비행기에서 나를 구해준 샌디”를 말하는 대목에선 직접 눈빛을 나눈 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난다. 여행이 끝나가는 시점까지 ‘나는 왜 아프리카에 왔을까’를 묻는 김영희 피디는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꿈틀거림이었다!”고 느낌표(!)를 찍는다. 누가 김영희 피디 아니랄까봐? 이 책의 인세 전액과 출판사 수익금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우물 파기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아저씨가 얼마나 꿈꾸며 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책. 아프리카의 자연·동물·인물을 묘사한 김 피디의 그림들은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교보문고·1만3000원. 현시원 기자
qq@hani.co.kr
‘살빼기 전쟁’ 통해 본 일그러진 현실
〈다이어트의 여왕〉
2008년 ‘세계문학상’을 받았던 백영옥씨가 장편소설 <다이어트의 여왕>을 내놨다. 소설은 사연 많은 12명의 ‘뚱녀’들이 같은 제목의 텔레비전 시리즈물에 참가하고, 경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인 연두는 173㎝의 키에 98.3㎏을 자랑하는 거구다. 미국의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전문 요리사를 꿈꾸는 연두에겐 배고픔은 ‘적’이다. ‘배고픔’은 자신을 맛없는 음식에조차 너그럽게 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간 사귄 남자친구 정민이 떠나가자 연두는 좋은 요리사가 되기 위해 유지한 85㎏의 몸무게를 의심한다. 그러나 실연은 “굶주린 짐승처럼 먹지 않으면 뱃속에서부터 눈물이 차오르게” 했고, 그녀를 오히려 0.1t에 가깝게 만들었다.
연두는 방송작가인 친구의 권유로 ‘다이어트의 여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데, 그곳에는 에어로빅 강사, 탤런트, 법무법인 직원, 북아트 디자이너, 간호사 등이 각각 몸무게에 대한 저마다의 사연과 상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를 안고 모여든다. 연두는 이곳에서 여왕의 자리에 앉게 되지만, 그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잃고, 전략적 우정과 전략적 증오심, 질투와 모략을 경험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이렇게 ‘다이어트’라는 시대적 현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도치된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다. 몸무게를 줄여야만 상을 얻게 되는 프로그램의 기본 법칙은 “가난한 자는 패스트푸드로 비만하게 되고, 부자는 웰빙음식으로 날씬한 상태를 유지”하는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연두가 여왕으로 등극한 뒤 겪게 되는 거식증과 가상 치매는 이런 뒤바뀐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문학동네·1만1000원.
김보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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