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 진화론같이 믿으면안되나요?
기독교 원리주의의 원조 미국
사춘기 소녀의 이유있는 반항
사춘기 소녀의 이유있는 반항
〈돌연변이들〉
로빈 브랜디 지음·이수영 옮김/생각과느낌·1만원 지난 주말 돌 지난 아이가 장염 증상을 보여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링거를 맞으러 들어간 응급실 침상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칠순은 넘은 것 같은 할아버지가 침대에 누워 있었고, 친척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할아버지를 이렇게 위로했다. “예수님을 믿으세요. 나는 병원에 돈 쓰는 게 제일 아깝더라. 예수님을 믿으면 병이 다 낫는데….” 기독교에 몰입하면 과학이나 의학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런 과학의 부정은 기독교원리주의의 원조인 미국에서 더 심하다. 특히 공교육을 통해 철학(또는 종교)의 영역인 창조론을 진화론과 똑같이 과학 시간에 다루라는 요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다. 2004년 <뉴스위크>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63%가 “공립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응답했고 불과 4년 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학교에서 생명의 기원을 가르칠 때 (창조론에 과학의 외피를 입힌) 지적 설계론의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도 각 주 단위에서 심심찮게 위헌 논쟁이 붙고 있다.
이 책 <돌연변이들>에서도 그런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공립학교인 뉴어드밴티지고교의 한 과학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치자,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은 목사님과 부모들의 ‘가르침’대로 수업시간에 의자를 돌려 앉아 항의한다. 이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목사님은 교장선생님과 교실에 ‘난입’해 선생님의 ‘항복’을 받아내려 하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며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는다. “지적 설계론은 사실이 아니고 철학입니다…2차 세계대전을 배울 때는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는 사람들이 와서 이 학교의 역사 교사들한테 선언문을 읽어 주는지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고 1년생 미나다. 미나는 ‘돌연변이’처럼 교회의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행태에 문제의식을 가졌다가 집단 따돌림·괴롭힘을 당한다. 물론 보수적인 기독교도인 부모님은 미나를 더 힘들게 한다. 미나는 친구집에 마음대로 갈 수 없다. 사탄 같은 마법사가 나오는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도 못 본다. 교회에서 쫓겨난 대신, 일요일 아침에는 “구원 받으려면 헌금을 하라고 외쳐대는 텔레비전 설교”를 세 시간 시청하고 보고서를 써내야 한다.
미나는 이렇게 되뇐다. “하느님과 성경을 배우며 자랐다는 사실은 기쁘다…그러나 교회에 다닐 때보다 조용히 앉아 성경을 읽을 때 더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
“진화론도 믿고 하느님도 믿는” 미나는 종교가 사춘기의 이성까지 지배하는 악조건을 헤쳐나가며 한층 성숙해진다.
작가 로빈 브랜디는 7년간의 변호사 생활을 접고 데뷔한 늦깎이 소설가다.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학창시절 교회에서 쫓겨난 경험을 가지고 주인공 ‘미나’를 살아 있는 캐릭터로 창조했다. 첫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묵직한 문제의식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는 구호에 함축돼 있는 기독교의 배타성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청소년, 아니 어른에게도 좋을 책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로빈 브랜디 지음·이수영 옮김/생각과느낌·1만원 지난 주말 돌 지난 아이가 장염 증상을 보여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링거를 맞으러 들어간 응급실 침상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칠순은 넘은 것 같은 할아버지가 침대에 누워 있었고, 친척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할아버지를 이렇게 위로했다. “예수님을 믿으세요. 나는 병원에 돈 쓰는 게 제일 아깝더라. 예수님을 믿으면 병이 다 낫는데….” 기독교에 몰입하면 과학이나 의학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런 과학의 부정은 기독교원리주의의 원조인 미국에서 더 심하다. 특히 공교육을 통해 철학(또는 종교)의 영역인 창조론을 진화론과 똑같이 과학 시간에 다루라는 요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다. 2004년 <뉴스위크> 여론조사에서 미국 국민의 63%가 “공립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응답했고 불과 4년 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학교에서 생명의 기원을 가르칠 때 (창조론에 과학의 외피를 입힌) 지적 설계론의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도 각 주 단위에서 심심찮게 위헌 논쟁이 붙고 있다.
〈돌연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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