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춘-종의 합성을 밝힌 과학 휴머니스트〉
〈우장춘-종의 합성을 밝힌 과학 휴머니스트〉
김근배 글·조승연 그림/다섯수레·1만원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과학자 장영실과 우장춘의 공통점은? 정답은 혼혈인. 장영실의 아버지는 원나라에서 귀화한 기술자였고 우장춘의 어머니는 일본인이었다. <우장춘-종의 합성을 밝힌 과학 휴머니스트>의 지은이 김근배 교수(전북대 과학학과)는 “다민족 사회로 나아가는 시대 흐름에 비춰 새로운 귀감이 될 만한 인물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역사 교과서가 외면해왔을 법한 부분에 주목하는 지은이의 시각이 새롭다. 이 책은 인간 우장춘에 대한 ‘새로운’ 위인전이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연루돼 조국을 떠나야 했던 아버지를 일본 땅에서 어린 나이에 잃고 생활고와 차별을 딛고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줄거리는 보통의 위인전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우장춘에 관한 오해를 풀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대표적인 것이 ‘우장춘=씨 없는 수박’이라는 도식이다. 씨 없는 수박은 1943년 교토제국대학의 기하라 히토시 교수가 처음으로 개발했다. 그 뒤 한국에서도 농민들이 재배에 도전했지만 실패를 거듭하자 결국 육종학의 최고 권위자인 우 박사가 1953년에 재배에 성공했다는 게 진실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신화처럼 번져나가 우 박사가 지방에 강연을 가도 온통 씨 없는 수박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당시 우장춘연구소에서 개발한 우량 채소 종자의 보급을 위해 언론 등을 통해 ‘씨 없는 수박’ 얘기가 과장된 탓도 한몫했다고 전해진다. 있는 이론을 가지고 시연을 해보인 것에 불과한 ‘씨 없는 수박’보다 중요한 성과는 ‘종의 합성이론’을 그가 완벽하게 증명해낸 것이다. 배추와 양배추를 합성해 유채꽃을 만들어내는 마술과도 같은 종간 교잡에 성공해 기존 육종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쾌거였다. 지은이는 우장춘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조근조근 짚어낸다. 이 책은 다섯수레 출판사의 ‘살아 있는 역사 인물’ 기획의 첫 번째 작품이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박지원과 정약용, 명창 송만갑 등 15명의 평전이 계획돼 있다. 다섯수레의 최은영 편집자는 “당시의 업적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는 역사적 인물을 골랐다”며 “잘못 알려져 있는 사실을 바로잡는 새로운 위인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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