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창훈, 김정환, 윤동수씨.
중견문인 3명, 산문집 펴내
한창훈, 고향의 바다와 사람 그려
김정환, 동료문인 애정 담아 묘사
윤동수 ‘불특정 당신’을 향한 연서
한창훈, 고향의 바다와 사람 그려
김정환, 동료문인 애정 담아 묘사
윤동수 ‘불특정 당신’을 향한 연서
가을 향기를 머금은 산문집 세 권이 나왔다. 소설가 한창훈씨의 <한창훈의 향연>(중앙북스)과 시인 김정환씨의 <이 세상의 모든 시인과 화가>(삼인), 그리고 소설가 윤동수씨의 <어느 소설가의 바보같은 연애편지>(삶이보이는창)가 서가에서 독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광활한 수평의 세상을 버티고 있는 수직의 장소. 방파제를 넘어 달려드는 거대한 파도와 초속 삼십 미터의 강풍. 어부의 죽음, 가지가 한쪽으로만 늘어나버린 팽나무. 단 한 뿌리라도 더 캐려다가 비탈에서 떨어져버린 아낙, 살아남은 자들의 깊은 주름. 급경사의 밭. 끝없이 이어지는 일. 이젠 됐다 툭, 떨어지는 동백꽃.” 한창훈씨의 산문들은 그의 고향 거문도의 바다와 사람들을 질료로 삼아 빚어진다. “나는 어쩌면 소설가보다는 어부를 직업으로 선택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고 밝힐 정도로 바다와 그곳 사람들의 삶은 그에게 익숙하고 정겹다. 산문집에서 그는 장편 <홍합>을 낸 뒤 주인공 여인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인 이야기며, 단편 <주유남해>의 실제 주인공들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그런가 하면 ‘가난’과 ‘외곽’을 그리는 소설이 푸대접받고 도시의 욕망과 우울을 다룬 작품들이 평가받는 세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홍성장에서 황소 들쳐 메고 달려온 듯 뜨거운 기운을 내뿜으며 복도 저만치에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사대천왕 같은 물건”(유용주), 또는 “버스 뒷자리에는 절대 안 앉을 것처럼 생긴(…)풀여치 같기도 한데, 먹 갈기 싫어하는 화가가 그려놓은 그림 같(은)”(박남준) 식으로 동료 문인들을 묘사한 해학적인 필력은 가히 일품이다. 그런가 하면 그가 사숙했던 선배 작가 이문구에 얽힌 추억을 더듬으며 그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 글은 읽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중견문인 3명, 산문집 펴내
윤동수씨의 산문집은 ‘당신’으로 지칭되는 대상에게 보낸 편지 묶음이다. 그 ‘당신’은 실제로 그가 사랑하는 여성일 수도 있고, 그의 글을 읽는 독자들일 수도 있으며, 그가 만난 동료 문인들과 인생의 동행자들일 수도 있다. “리얼리즘과 80년대의 자식”을 자처하는 그가 남녘 여자만에서 처음 보는 이들과 어울려 피조개와 김치를 허물없이 나누어 먹는 장면은 그가 지향하는 문학을 풍경 한 컷으로 바꾸어서 그려 보여주는 듯하다. “팍팍한 일상에서 끈 떨어지듯, 툭 불거져 나와 인간으로서 인간을 만납니다. 아무런 장식이나 틀거지 두르지 않고 맨얼굴로 사람을 대접하고 거리낌 없이 지껄입니다. 격식이나 겉치레 한 점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지요. 많이 배우고 못 배우고도 없고, 돈 많고 적음도 거기에는 없습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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