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의 법률〉
‘국가’와 쌍벽 이루는 원전 번역
플라톤, 죽을때까지 매달려 써
이데아 반영 ‘차선의 나라’ 설계
“법이 통치자의 주인돼야 축복”
플라톤, 죽을때까지 매달려 써
이데아 반영 ‘차선의 나라’ 설계
“법이 통치자의 주인돼야 축복”
〈플라톤의 법률〉
플라톤 지음·박종현 역주/서광사·5만5000원 플라톤(기원전 427~347) 최후의 대작 <법률>(노모이)이 희랍어 원전 번역으로 첫 한국어 완역판을 얻었다. 플라톤 철학 전문 학자인 박종현(75)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방대한 주석을 달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이는 플라톤의 <법률>에 함께 따라다니는 위작 <미노스>와 <에피노미스>도 아울러 우리말로 옮겨 부록으로 실었다. 이로써 한국어판 <법률>은 1000쪽이 넘는 육중한 책이 됐다. 옮긴이는 이 번역 작업이 “꼬박 5년에 가까운 긴 세월”의 학문적 대장정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앞서 플라톤의 또다른 주저 <국가>(폴리테이아)를 번역한 바 있는 지은이는 <법률>의 학문적 위상을 <국가>에 견주어 설명한다. “<법률>은 <국가> 편과 함께 그 논의의 규모 면에서나 중요성에서 플라톤 철학을 이루고 있는 대화편들 가운데서도 쌍벽을 이루는 것들이라 할 것이다.” “<국가> 편이 50대의 야심 찬 플라톤의 열정이 담긴 거작이라면, <법률> 편은 70대 초입을 지나 철학자로서 원숙한 경지에 이른 그가 팔순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필을 놓지 않고 매달린 또 하나의 초대형 거작이라 할 것이다.” 이 설명대로, 모두 12권으로 이루어진 <법률>은 10권으로 이루어진 <국가>보다도 규모가 큰 저작이다. 플라톤 저술의 전체 분량 가운데 약 20%를 <법률>이 차지한다.
플라톤(기원전 427~347)
요약하면, <법률>이 묘사하는 나라는 ‘법이 지배하는 나라’다. 이 법치국가에서 법은 모든 사람이 복종하고 준수해야 할 최고 권위의 비인격적 통치권자다. 플라톤이 걱정하는 것은 현실의 통치자가 법을 무시하는 상황이다. 그는 통치자들을 “법률에 대한 봉사자”라고 부르며 이렇게 말한다. “법이 휘둘리고 권위를 잃은 나라에는 파멸이 닥쳐와 있는 게 보인다. 그러나 법이 통치자들의 주인이고, 통치자들이 법의 종인 곳에서는 구원이, 그리고 신들이 준 온갖 좋은 것들이 생긴다.” 더 나아가 플라톤은 “법률이 일부의 사람들을 위한 것일 경우에” 이 사람들을 시민이라고 부를 수 없고 도당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법의 이름으로 소수의 이익을 추구할 때 시민이 아니라 도당이 번성한다는 경고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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