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와 모세〉
“유대교 부정했지만 ‘유대적 본질’ 믿어
…‘위대한 이방인’ 모세와 자기 동일시”
…‘위대한 이방인’ 모세와 자기 동일시”
〈프로이트와 모세〉
요세프 하임 예루살미 지음·이종인 옮김/즐거운상상·1만6000원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사진)가 최후에 집필해 출간한 책이다. 생애 내내 인간의 오래된 신념에 반역했던 이 지적 혁명가는 마지막 저작에서 다시 한 번 ‘반역’을 저지른다. 자기가 속한 민족, 곧 유대인의 신화를 해체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유대인 역사학자 요세프 하임 예루살미(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쓴 <프로이트와 모세>는 프로이트의 이 최후 저작을 분석하는 책이다. 프로이트는 왜 그 책을 쓴 것일까? 유대민족 기원을 뿌리뽑는 듯한 저작을 통해 프로이트가 노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프로이트 자신의 유대인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려는 것이었을까? 프로이트는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에서 “민족의 이익으로 추정되는 것 때문에 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라고 썼다. 또 그는 그 책이 “유대인들을 불쾌하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더구나 프로이트가 이 책을 집필하고 출간한 시기는 유대민족이 유사 이래 최악의 대참사로 빨려들어가던 암울하기 그지없는 때였다. <프로이트와 모세>의 결론을 먼저 밝히면, 프로이트는 유대교를 부정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유대인임을 부정하려고 쓴 것은 더욱 아니었다. 역으로 지은이는 프로이트가 그동안 끝없이 모호한 상태로 얼버무리던 자신의 유대인 정체성을 이 최후의 저작에서 밝히려 했다고 말한다. 그 결론을 논증하는 것이 이 책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예루살미가 여기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프로이트가 유대교의 핵심 특징으로 꼽는 것들이다. 유대인들은 뒷날 모세의 가르침대로 눈에 보이는 신을 부정하고 추상적인 신을 신봉함으로써 정신의 왕국을 발견했고, 그 정신의 왕국에서 지성을 고도로 발전시켰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주장이다. 프로이트는 그 자신을 ‘신 없는 유대인’이라고 했는데, 이 말 속에는 신앙의 대상인 신은 사라져도 그 신앙이 창출한 유대인의 근본 특성, 곧 윤리적·정신적·지적 특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프로이트는 유대인의 이런 특성이 결국 자신을 통해 정신분석학 창시로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프로이트가 유대교를 부정하고도 유대인 정체성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유대적 본질’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예루살미는 말한다. 이와 함께 예루살미가 강조하는 것이 프로이트가 모세와 자신을 동일시했다는 사실이다. “유대인들에게 일신교를 가져다준 ‘위대한 이방인’이 모세였던 것처럼 세상에 정신분석학을 가져다준 위대한 이방인이 유대인 프로이트였기 때문에 그런 동일시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 최후의 저작을 통해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이 위기에 빠졌지만 모세처럼 결코 잊히지 않고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냄과 동시에, 유대 정신의 내적 위대성을 입증하려 했다는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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