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형 서울대 교수
‘대홍수’ 쓴 이성형 교수
역사적 관점서 다양한 현안 분석
“카푸치노 좌파 정부 당분간 득세” 사치와 방탕을 사랑했던 프랑스 왕 루이15세는 과도한 세금 징수로 원성을 사더니 오스트리아 왕위계승전쟁과 7년전쟁의 잇따른 패배로 아메리카와 인도의 광대한 식민지를 잃었다. 민심이 들끓고 혁명의 기운은 무르익어갔지만 왕은 태평스러웠다. “나 죽은 뒤에 대홍수가 나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 이성형 서울대 교수가 라틴아메리카 신자유주의에 관한 연구서 <대홍수-라틴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그린비)을 출간했다. <라틴아메리카, 영원한 위기의 정치경제>에 이어 7년 만에 내놓은 ‘라틴아메리카 연작’인 셈인데, ‘대홍수’란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 범상치 않다. “최근 라틴아메리카를 뒤덮은 변화의 물결을 ‘대홍수’에 비유했습니다. 당대의 정책이 10년, 20년 뒤 어떤 결과를 낳을지 고민하지 않고 미국과 국제통화기금의 쇼크 처방을 앞다퉈 시행했던 1980~90년대 신자유주의 집행자들의 단견을 비꼬는 의미도 담겨 있지요.” 멕시코의 신자유주의 실험에서 쿠바의 경제개혁, 콜롬비아의 마약전쟁, 칠레·브라질·아르헨티나의 전력·가스산업 민영화, 그리고 남미국가연합의 미래까지, 라틴아메리카의 다양한 현안을 각론적 차원에서 다루지만, 분석의 포커스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정치적이고 사회·경제적인 결과들에 맞춰져 있다. 이 교수는 특히 지난 2006년 절정에 이른 좌파 연쇄 집권의 동력을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찾는데, 좌파정당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의 행위는 사실상 신자유주의에 대한 ‘거부투표’였다는 것이다. “‘눈물의 계곡’을 지나면 빵과 우유와 치즈가 있다는 게 신자유주의 정부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가 보니 없는 거예요. 빵을 주긴커녕 경제난이 가중돼, 갖고 있는 접시마저 내다 팔아야 할 판입니다. 그러니 ‘속았다’ 싶은 거죠.” 또하나의 동력은 좌파들의 자기 변신이다. 1970~80년대의 급진적 이행전략을 폐기하고 세계화와 정치적 다원주의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중도좌파로 탈바꿈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유럽식 사회민주당으로 변신한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이 단적인 예다.
〈대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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