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윤영(38)씨
소설가 김윤영씨 첫 장편 ‘내 집 마련의 여왕’ 출간
내 집 마련의 여왕? 제목부터가 일종의 ‘문제적’ 국면을 드러낸다. ‘내 집 마련’이라는 서민들의 ‘절박하고 질긴’ 꿈을 전면적으로 소설에 끌어들였다. ‘여왕’은 ‘세일즈 여왕’, ‘보험 여왕’처럼 정글 자본주의를 담대하게 내달리는 ‘자본주의 판매 전도사’들에 부치는 헌사인 듯도 하다. 등단한 뒤 줄곧 현실감 있는 소재로 동시대인들의 삶을 움켜 쥐고 그 이면을 풀어헤쳐온 소설가 김윤영(38·사진)씨가 이번엔 ‘돈 냄새 풀풀 나는’ 소설을 내놓았다. 세 권의 소설집 <루이뷔똥>(2002), <타잔>(2006), <그린 핑거>(2008)로 호평을 받았던 이 작가의 첫 장편소설 <내 집 마련의 여왕>(자음과모음)이다. 등단뒤 현실적 소재들 다뤄
“한국문학 저변 넓어졌으면” “제가 386세대의 끝물 세대이거든요. 2006년 여름쯤인가, 주변 사람들이 서넛이라도 모이면 다들 집값 얘길 하더라고요.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집을 사라, 안 그러면 나중에 애들 교육시킬 돈도 없게 된다’ 등등. 부동산이 그렇게까지 광풍인가 싶었죠.” 22일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부동산이라는 프리즘으로 이 사회를 들여다보는 이 소설을 쓰려고 2006년부터 2~3년에 걸쳐 발품을 팔았다고 했다. 문턱을 넘었던 부동산중개업소만도 200여 곳. 인터넷의 부동산 동호회들엔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그 과정에서 만난 큰손들의 정보력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2008년 경제 위기가 오기 전에 이미 위기를 예견하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부동산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고 하자 동료 작가들이 뜯어말렸다. ‘재미는 있지만 순문학이 될 수 없어.’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한국 문학의 저변이 좀더 넓어졌으면 합니다. 소설가들이 알고보면 다들 미쳐서 글을 쓰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도무지 미쳐지지가 않아요. 먹고 사는 문제는 늘 제 관심사예요.” 그는 자신이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의 한숨과 고민, 소박한 희망에 대해선 누구보다 감정이입이 잘된다고 했다. 소설은 전 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치닫게 될 지난해 초, 보증을 섰다가 집을 날리고 길바닥에 나앉게 된 애 딸린 30대 후반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이 여성이 우연찮게 ‘정 사장’이라는 괴짜 부자를 만나 일종의 거래를 하게 된다. 그 거래란 절박한 처지에 놓인 누군가를 만나 그들이 가진 금액과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집을 찾아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집 마련 도우미’랄까. 주인공이 정 사장이라는 다소 미스터리한 인물이 건네주는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인물들과의 교감과 연대의 이야기다.
문단과 문단 사이의 여백을 ‘빼곡한 긴장’으로 채워 넣는 건 작가의 천연덕스런 입담과 해학이다. 부동산 광풍 공화국의 한가운데를 오지랖 넓게 뒤지고 다니는 주인공을 따라가노라면 독자들은 작가의 진심어린 질문과 맞딱뜨리게 된다. “떨어지려는 이들을 잡아주려는 최소한의 선 의지라는 게 우리에게 얼마만큼 남아 있는 걸까? 개인의 욕망과 공공선이란 도저히 양립하기 힘든 문제일까?”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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