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이사람] “부동산 광풍 담아내려 3년간 발품”

등록 2009-12-22 18:46수정 2009-12-22 20:06

소설가 김윤영(38)씨
소설가 김윤영(38)씨
소설가 김윤영씨 첫 장편 ‘내 집 마련의 여왕’ 출간




내 집 마련의 여왕? 제목부터가 일종의 ‘문제적’ 국면을 드러낸다. ‘내 집 마련’이라는 서민들의 ‘절박하고 질긴’ 꿈을 전면적으로 소설에 끌어들였다. ‘여왕’은 ‘세일즈 여왕’, ‘보험 여왕’처럼 정글 자본주의를 담대하게 내달리는 ‘자본주의 판매 전도사’들에 부치는 헌사인 듯도 하다.

등단한 뒤 줄곧 현실감 있는 소재로 동시대인들의 삶을 움켜 쥐고 그 이면을 풀어헤쳐온 소설가 김윤영(38·사진)씨가 이번엔 ‘돈 냄새 풀풀 나는’ 소설을 내놓았다. 세 권의 소설집 <루이뷔똥>(2002), <타잔>(2006), <그린 핑거>(2008)로 호평을 받았던 이 작가의 첫 장편소설 <내 집 마련의 여왕>(자음과모음)이다.

등단뒤 현실적 소재들 다뤄
“한국문학 저변 넓어졌으면”

“제가 386세대의 끝물 세대이거든요. 2006년 여름쯤인가, 주변 사람들이 서넛이라도 모이면 다들 집값 얘길 하더라고요. ‘지금도 늦지 않았다, 집을 사라, 안 그러면 나중에 애들 교육시킬 돈도 없게 된다’ 등등. 부동산이 그렇게까지 광풍인가 싶었죠.”

22일 기자들과 만난 김씨는 부동산이라는 프리즘으로 이 사회를 들여다보는 이 소설을 쓰려고 2006년부터 2~3년에 걸쳐 발품을 팔았다고 했다. 문턱을 넘었던 부동산중개업소만도 200여 곳. 인터넷의 부동산 동호회들엔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그 과정에서 만난 큰손들의 정보력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2008년 경제 위기가 오기 전에 이미 위기를 예견하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부동산을 소재로 소설을 쓴다고 하자 동료 작가들이 뜯어말렸다. ‘재미는 있지만 순문학이 될 수 없어.’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한국 문학의 저변이 좀더 넓어졌으면 합니다. 소설가들이 알고보면 다들 미쳐서 글을 쓰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도무지 미쳐지지가 않아요. 먹고 사는 문제는 늘 제 관심사예요.” 그는 자신이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의 한숨과 고민, 소박한 희망에 대해선 누구보다 감정이입이 잘된다고 했다.

소설은 전 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치닫게 될 지난해 초, 보증을 섰다가 집을 날리고 길바닥에 나앉게 된 애 딸린 30대 후반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이 여성이 우연찮게 ‘정 사장’이라는 괴짜 부자를 만나 일종의 거래를 하게 된다. 그 거래란 절박한 처지에 놓인 누군가를 만나 그들이 가진 금액과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집을 찾아주는 것이다. 말하자면 ‘내집 마련 도우미’랄까. 주인공이 정 사장이라는 다소 미스터리한 인물이 건네주는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인물들과의 교감과 연대의 이야기다.


문단과 문단 사이의 여백을 ‘빼곡한 긴장’으로 채워 넣는 건 작가의 천연덕스런 입담과 해학이다. 부동산 광풍 공화국의 한가운데를 오지랖 넓게 뒤지고 다니는 주인공을 따라가노라면 독자들은 작가의 진심어린 질문과 맞딱뜨리게 된다. “떨어지려는 이들을 잡아주려는 최소한의 선 의지라는 게 우리에게 얼마만큼 남아 있는 걸까? 개인의 욕망과 공공선이란 도저히 양립하기 힘든 문제일까?”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