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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알 거 다 아는 나이…세계사도 예외 아니죠

등록 2009-12-25 20:13

〈어린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7〉
〈어린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7〉
‘살아있는…’ 원작 바탕 만화로 재구성
유럽·중국 중심 탈피 ‘입체적 조망’




〈어린이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1~7〉
전국역사교사모임 원작, 윤종배·이성호 글, 이우일·이우성 그림/휴머니스트·각 권 1만2000원

일곱 권으로 완간된 <어린이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를 펼쳐 들었다. 초등학생 동식이와 나연이가 타임머신 대포코의 도움을 받아 세계사 탐험을 한다는 설정인데, 처음 도착한 곳부터 심상치가 않다. 1521년 4월, 필리핀의 막탄 섬. 세계일주를 감행하던 마젤란 일행은 이 섬의 원주민들과 전투를 벌였다. 그 결과, 용감한 추장 라푸라푸가 이끈 원주민들은 승리했고 마젤란은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비석이 존재한다. 에스파냐는 필리핀을 손에 넣은 뒤 1866년 “이곳을 돌아 세계 일주에 성공했노라”라는 내용의 마젤란 추모비를 세웠다. 또다른 것은 이곳 사람들이 세운 라푸라푸의 비석이다. 여기에는 “침략자 마젤란을 무찌른 자랑스러운 곳”이라고 적혀 있다. 같은 사건도 보는 관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세계사란 정답이 없다는 점을 본격적인 공부에 앞서 넌지시 일러준 것이다.

알 거 다 아는 나이…세계사도 예외 아니죠
알 거 다 아는 나이…세계사도 예외 아니죠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세계사 교육은 서양사는 유럽, 동양사는 중국사 중심의 ‘정답’을 강요하듯 흘러왔다. 이 책의 원작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는 이런 구태의연한 접근에 반기를 든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전국역사교사모임 2000여 회원들의 역사인식을 새로운 그릇에 담아내는 데 기간만 3년6개월, 인원 175명, 개발비 3억원, 제작비 3억원이 투입됐다. 이를 원전으로 삼아 동생뻘인 <어린이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가 탄생했다.

초등학생의 눈높이를 고려해 만화로 재구성했고 중간 중간 ‘세계사 산책’, ‘교과서 밖 세계사’ 등의 꼭지를 통해 시야를 더욱 넓혔다. 한 예를 들어 보면,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했는데 국내 신문의 ‘일장기 말소 사건’이 있었다는 것까지가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그러나 세계사 측면에서 보면 이게 끝이 아니다. 베를린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1936년은 나치 독재 시대였다. 올림픽은 유대인들이 주도하는 행사라는 생각에 히틀러는 부정적이었지만 선전장관인 괴벨스는 “나치 독일의 힘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며 히틀러를 설득해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뽐내려는 게 나치 독일의 목표. 그러나 흑인 제시 오언스가 육상 4관왕을 달성하고 아시아인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승리의 월계관을 씌워준 히틀러에게는 불쾌한 기억으로 남았다는 얘기까지 다다른다. 아이들은 손기정과 히틀러의 만남을 상상하며 역사인식을 입체적으로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알 거 다 아는 나이…세계사도 예외 아니죠
알 거 다 아는 나이…세계사도 예외 아니죠
현대사 부분에서는 열강들의 각축을 생생하게 다루고, 불평등한 경쟁을 강요하고 양극화를 조장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폐해도 날카롭게 꼬집는다. 일곱 권에 걸쳐 기나긴 세계사 공부를 마친 동식이나 나연이는 이렇게 말한다.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나니 맥이 풀려요. 계속된 전쟁에 힘센 나라는 자기 맘대로 세계를 주무르고 신자유주의는 약한 사람을 더욱 몰아붙이고 세계화도 평등한 세계화가 되기는 틀린 것 같고….” 대포코의 발명자인 나연이 삼촌 김 박사가 답을 준다. “하지만 그런 과거를 거울삼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니?” 부모도 아이들과 함께하면 좋겠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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