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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픈 지구, 똑똑한 소비가 특효약

등록 2010-01-08 20:38수정 2010-01-08 20:40

〈에코지능〉
〈에코지능〉
무심한 당신의 구매 습관이
자녀와 환경을 해친다면?
‘에코지능=세상구하기’ 역설




〈에코지능〉
대니얼 골먼 지음·이수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8000원

묻는다. 그대가 자녀를 낳는 순간, 그것이 그대의 자녀에게는 재앙의 시작이라면 어쩔 텐가. 지구가 앓고 있다. 묻는다. 그대가 자녀를 낳기 위해, 그러니까 결혼과 출산에 필요한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고, 그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여가를 즐기기 위해 소비하는 모든 행위가, 결국 그대의 자녀에게 ‘생물학적 탄환’으로 둔갑한다면 어쩔 텐가. 지구가 드러누웠다. 분칠해서 말하면, 이러한 물음은 환경적 무관심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겠느냐는 말이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은 가혹하거나 괴로운 현실을 숨기고자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불가결한 거짓말’(vital lie)이라 일컬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나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불가결한 거짓말’을 우리는 스스로 날마다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허울이다.

생각을 예각으로 좁혀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티베트의 작은 마을 셰르는 연평균 기온이 0도 안팎이며, 한해 강수량은 76㎜가량이다.(서울 평년값의 18분의 1) 팍팍한 땅인 셈인데, 이곳의 300여 주민들은 전기·석유에 기대지 않고도 잘 산다. 양털로 옷과 담요를 만들어 겨울을 나고, 자신의 배설물로 약초·채소·보리를 기른다. 온전한 자급자족으로 마을 인구를 1000년 가까이 변함없게 하는 이들의 지혜는 별반 특별할 게 없다. ‘지속 가능성’이 결코 현대인의 ‘발명품’이 아니라는 증거다. 그러므로 잊지 않아야 한다. 사람에 대한 망각과 물건에 대한 무지는 둘이 아니다. <에코지능>의 지은이 대니얼 골먼은 이를 ‘위기에 빠진 두뇌’라 이른다. “구매하는 모든 물건과 아무 생각 없이 되풀이하는 행동 습관에 수반되는 영향에 무관심한 우리의 태도는 환경과 건강에 무수한 종류의 위협을 가져온다.”

지난해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상을 바꾸는 열 가지 생각’을 다뤘다. ‘에코 지능’도 그 하나다.  타임 누리집
지난해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상을 바꾸는 열 가지 생각’을 다뤘다. ‘에코 지능’도 그 하나다.  타임 누리집
무지를 박살 내는 가장 현명한 길은 거기에 빛을 비춰 드러나게 하는 일이다. 그것을 지은이는 ‘완전한 투명성’이라 했다. “완전한 투명성이란, 제품의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실질적인 영향을 추적하고,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릴 때 활용할 수 있도록 그러한 영향을 개괄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로 든 것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굿가이드’(goodguide.com)다. 제품에 대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 사람들이 제품과 기업을 바라보는 방식, 제품이나 기업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민간단체다. 이 단체를 이끄는 사람인 다라 오루크의 일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베트남 호찌민을 찾았다, 그곳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된 채 장시간 일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목격한 오루크는 나이키 쪽에 항의했다. 회사는 이를 간단히 무시했다. 뿔이 난 오루크는 자신이 현지에서 조사한 자료를 <뉴욕 타임스>에 보냈다. 기사가 1면에 실리자 나이키는 곧바로 공장의 노동·환경 조건 개선에 나섰다는 것이다. 십시일반이라 하거니와,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손을 맞잡고 뜻을 키우면 변화를 끌어낸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목표 아래 굿가이드는 제품의 생산 과정을 추적한 산업생태학 연구자료 수십년어치를 가지런히 추려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런 결실을 보기 위해 무엇보다 정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단다. ‘특정 제품이 생산되어 폐기될 때까지 어떤 영향이 얼마만큼 발생하는가, 전체적인 악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결과를 얻을 방법은 무엇인가, 소비자에서 생산자에 이르는 모든 이가 그 악영향을 줄이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물건에 대한 구매 결정을 할 때 우리는 그것에 수반되는 실제적 영향을 왜 알지 못하는가, 만일 그것을 안다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모자란 대로 책은 이런 물음을 푸는 길을 소개하고 있다. 고전적인 이분법을 버리자는 주장도 더한다. 경제윤리를 두고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는 ‘이윤을 높이는 것’을 강조했고, 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맞달리는 주장인 셈인데, 지은이는 이러한 틀을 부수고 ‘옳은 일을 하면 이윤을 얻게 된다’는 패러다임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굿가이드처럼 소비자들이 정보에 근거한 해결책인 ‘완전한 투명성’을 추구해 정부·기업의 생각을 바꾸면 이윤과 공공성의 무한 긴장 상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 스스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자는 말이다. 시민단체의 몫이 크다. “완전한 투명성은 소비자를 거대한 기계 안의 무력한 톱니에서 강력한 힘을 지닌 주체로 탈바꿈시킨다.”

‘우리는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우리는 알게 되며, 알게 되면 바꾸게 된다는 게 ‘에코지능’의 출발이다. “지구를 치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그만해야 합니다. 치유가 필요한 것은 지구가 아니라 우리 인간입니다.” 그리하여 서로 어깨 겯는 ‘연대’의 마음이 눈앞에서 현실이 되면, 이 글의 앞머리에 놓인 물음은 결국 비현실이 된다는 게 이 책의 알짬이다. < EQ 감성지능 >과 < SQ 사회지능 >에 이은 ‘지능 시리즈’ 셋째 권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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