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사이언스〉
생활에 숨은 ‘불확정 원리’ 예를 들어
경쾌하게 풀어 쓴 과학적 사고의 비밀
높은 과학 문턱 허문 시적언어 돋보여
경쾌하게 풀어 쓴 과학적 사고의 비밀
높은 과학 문턱 허문 시적언어 돋보여
〈원더풀 사이언스〉
나탈리 앤지어 지음·김소정 옮김/지호·2만2000원 지난해는 찰스 퍼시 스노(1905~80)가 ‘두 문화’ 강연을 한 지 50년 되는 해였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마치 원수가 되어 헤어진 부부처럼, 등 돌린 채 각자의 길을 걷는 현실을 바꾸자고 주장한 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았다. 달걀이 단세포라고 말하면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헛똑똑이를 영어로 에그헤드라고 한다) 분명 달걀은 단 하나의 세포다. 달걀 껍질은 세포막이며 노른자위는 세포질(핵 포함)이다. 무정란에는 유전물질의 절반이 담겨 있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큰 세포는 무엇일까. 타조 알이다. 크기는 가로세로 20×12㎝, 무게는 1.3㎏에 이른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타조는 뒤로 한참 밀린다. 가장 큰 알을 낳는 새는 키위나 벌새다. 어미 무게의 25%쯤 되는 알을 낳는바, 사람으로 치면 아기가 13㎏가량인 셈이다. 타조의 경우는 1% 정도다. 과학저술가 나탈리 앤지어(52)는 <원더풀 사이언스>에서, 지금도 두 문화 사이의 거리와 벽이 여전하다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세포막처럼 얇다는 것이다. 비과학자들에게 과학을 알려주기 위해 지은이는 많은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몇 가지 주제를 깊이 다루는 길을 골랐다. 1991년 퓰리처상을 받은 이답게 확률·척도·물리·화학·생물학·지질학·천문학을 경쾌하게 풀어낸다. 중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보다 훨씬 재밌고 친절하다. 과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생각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과학은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다. 주기율표 따위를 외우는 건 중요치 않다. 어떤 생각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방식이 과학이므로, 과학을 안다는 것은 삶에 의미 있는 문제들을 온전히 해결하는 힘을 얻는 것과 같다. “우주에 관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이마누엘 칸트) 과학적 사고는 비판적 사고인바, 수열 문제는 좋은 지침이 된다. ‘1, 3, 5’로 시작하는 수열이 있다. 다음에 어떤 수가 올까? 열에 아홉은 ‘7’이라고 답할 것이다. 틀렸다. 우리가 손에 쥔 정보는 수열이되 ‘1, 3, 5’로 시작한다는 사실뿐이다. 홀수를 늘어놓은 수열이라고 짐작하고 결론을 내는 것은 과학적(비판적) 사고가 아니다. 답은 하나가 아니다. ‘1, 3, 5, 3, 5’로 이어지는 수열일 수도 있고 ‘1, 3, 5, 5, 3, 1’처럼 나갈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것이다. 과학은 불확실함에 대한 확실한 사랑이며, 불확실한 진리에 접근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춤추는 로봇 강아지를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나탈리 앤지어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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