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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신화와 과학 ‘한지붕 두가족’

등록 2010-02-05 19:17수정 2010-02-05 19:17

〈메두사의 시선〉
〈메두사의 시선〉




잠깐독서 / 〈메두사의 시선〉

파울루 코엘류의 소설 <연금술사>에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게 돼 한 발짝도 떠나지 못한 채 죽었다는 나르키소스 이야기가 등장한다. 나르키소스가 죽은 뒤 그가 항상 들여다보던 호수는 이렇게 말한다. “나르키소스가 아름답다는 건 몰랐어요. 그가 물결 위로 얼굴을 구부릴 때마다 그의 눈에 비친 내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메두사의 시선>은 철학자 김용석 영산대 교수가 신화 속 은유를 통해 과학이 낳은 변화상을 성찰한 에세이들을 엮은 책이다. 지은이는 나르키소스와 호수의 ‘자기애’를 통해서도 현대 사회를 들여다본다. 나르키소스가 자신을 확장하는 데 몰두하다, 그 확장물인 미디어에 의해 폐쇄된 체계에 갇히고 말았다는 마셜 매클루언의 해석에 ‘자기애’의 문제를 덧붙인다. 사람들은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열린 공동체를 꿈꿨다. 그러나 홀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인터넷을 통해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닫힌 공동체’를 만들기도 한다. 기기 화면에서 자기 자신을 보고, 동료의 눈동자에서 자기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신화와 과학이 발생 시점과 인간의 관심사라는 면에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보았다. 신화를 기반으로 쓰여진 철학 에세이는 개념이 모호한 단어로 나열된 글보다 흥미롭게 읽힌다. 이 책에선 언뜻 연관 없어 보이는 ‘메두사의 시선’과 과학 활동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해가 쉽지 않은 인용문도 있는데, 본문과의 연관성 등을 설명한 도움말이 책 뒤편에 마련돼 있다. /푸른숲·1만5000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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