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신들의 좌충우돌…상상력이 ‘펑’
북유럽에 전해오는 신들 이야기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원전 가공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원전 가공
〈청소년 북유럽 신화 1~5〉
노경실 지음·김정진 그림/자음과모음·각 권 9000원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들은 확실히 다르다. 신은 신이되, 고고한 인격을 갖추지도 못했고 전지전능하지도 않다. 자신이 창조한 인간을 ‘어여삐 여겨’ 굽어살피기는커녕 윽박지르고 속이고 이용해먹는다. 하는 행실로 보면 인간과 동급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고의 신인 오딘은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매듯 지혜에 집착한다. 지혜의 샘물을 마시려 한쪽 눈을 버리는가 하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위그드라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는 붓다식 고행도 서슴지 않는다. 아흐레를 꼬박 그렇게 보내고 오딘은 나눔, 용기, 자유, 용서, 평화, 사랑, 진실, 증오 없애기, 적을 약하게 만드는 기술 등 열여덟 가지의 마법을 깨우친다.
그러나 아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한 법. 신들은 거인족과 난쟁이, 인간들과 끊임없이 반목하며 원한을 산다. 사고뭉치 로키 때문에 신의 나라 아스가르드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팽팽하다. 로키의 세 자식이 아스가르드를 멸망시킨다는 예언에 따라 오딘은 그들을 죽여 없애려고 하지만, 늑대를 닮은 펜리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내버려둔 게 화근이 된다. 쇠줄에 묶여 입에 칼이 꽂힌 채 저주를 퍼붓던 펜리르는 최후의 전쟁 라그나뢰크에서 오딘을 물어뜯어 죽여버린다. 세상을 창조한 자의 비참한 죽음, 역시 다르다. <청소년 북유럽 신화>를 쓴 작가 노경실씨는 “자연의 위대함 앞에 전지전능한 존재가 없다는 북유럽인의 사고”가 색다른 신화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봅슬레이 같은 상상력의 링크”라는 광고문구가 말해주듯 이 책의 전개속도는 매우 빠르다. 책장을 넘길수록 머릿속에서는 블록버스터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아니나 다를까, 절대반지를 차지하려는 암투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를 거쳐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이어졌다.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오딘의 부하인 ‘발키리’가 테란의 공중 유닛으로 부활했고 ‘토르의 망치’는 게임 속 강력한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인간의 모습을 한 신들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 단계에서 다섯 권의 책으로 완성될 때까지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죽고 죽이고 피가 튀는 잔인한 내용의 표현을 청소년 수준에 맞게 조절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 문화적 지식과 상상력을 심어주기에 좋을 것 같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노경실 지음·김정진 그림/자음과모음·각 권 9000원 북유럽 신화의 주인공들은 확실히 다르다. 신은 신이되, 고고한 인격을 갖추지도 못했고 전지전능하지도 않다. 자신이 창조한 인간을 ‘어여삐 여겨’ 굽어살피기는커녕 윽박지르고 속이고 이용해먹는다. 하는 행실로 보면 인간과 동급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고의 신인 오딘은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아 헤매듯 지혜에 집착한다. 지혜의 샘물을 마시려 한쪽 눈을 버리는가 하면, 세상을 떠받치고 있는 위그드라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리는 붓다식 고행도 서슴지 않는다. 아흐레를 꼬박 그렇게 보내고 오딘은 나눔, 용기, 자유, 용서, 평화, 사랑, 진실, 증오 없애기, 적을 약하게 만드는 기술 등 열여덟 가지의 마법을 깨우친다.
〈청소년 북유럽 신화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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