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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분단관리 아닌 통일지향의 포용정책 돼야”

등록 2010-02-17 18:42수정 2010-02-17 19:03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 교수 창비에 기고문




‘포용정책 2.0’ 업그레이드 제안
대한민국 헌법 사회주의까지 용인
북한인권 비판 “수긍할 대목 있어”
탈북주민 경험 통일자산으로 활용을

백낙청(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계간 <창작과 비평> 기고문을 통해 대북 포용정책의 쇄신을 주창하고 나섰다. 이른바 ‘포용정책 2.0’이다. 이 개념은 백 교수가 지난해 9월 화해상생마당 심포지엄에서 첫선을 보인 뒤 올해 초 한반도평화포럼 토론회에서 재차 언급하면서 주목받았는데, 두 행사에서 오간 논평과 토론을 반영해 논지를 다듬고 내용을 보강한 ‘확장본’을 내놓은 것이다.

백 교수가 말하는 포용정책 ‘업그레이드’의 핵심은 “남북연합 건설을 향한 의식적 실천”과 “시민참여형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기존 정책 위에 장착하는 것이다. 여기엔 ‘비핵·개방·3000’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퇴행적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포용정책 1.0’으로 평가받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역시 남북연합을 위한 실천 방안의 안출이나 시민참여의 제도화를 위한 구체적 고민을 담지 못했다는 성찰이 깔려 있다. 백 교수는 말한다.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이 시민참여의 꾸준한 확대를 통해서만 가능한 장기적 ‘분단체제극복’ 과정이라는 인식이 애초부터 미약했으며, 이 과정의 핵심이자 6·15공동선언의 가장 빛나는 성취인 남북연합에 관해서 김대중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2차 정상회담을 통해 10·4선언이란 성과물을 내놓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백 교수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노 대통령 개인은 평화통일에 이바지하려는 충정이 누구 못지않게 강했지만 “남북관계의 발전과 국내개혁의 밀접한 상호연관에 대한 통찰에서는 전임자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백 교수는 대북송금 특검을 꼽는다.

“투명한 법치의 부분적 증대나 대야관계의 일시적 개선으로 얻는 것보다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국내 기득권세력의 강화가 훨씬 큰 손실이 되리라는 계산을 못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분단체제의 작동방식에 둔감했던 것이다.”

그런데 포용정책에 남북연합을 위한 실천이 보강되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 백 교수가 볼 때 그것은 북한의 특수한 사정 때문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된다고 해도 북한 입장에선 그것이 체제안전에 대한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남한의 존재 자체가 그들에겐 엄청난 위협이기 때문인데,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한 북한 집권세력은 ‘퍼주는’ 것만 챙기면서 개혁의 폭은 최소화하려는 욕구를 떨치기 어렵다는 게 백 교수의 생각이다.



백낙청 교수 창비에 기고문
백낙청 교수 창비에 기고문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이 6·15공동선언 제2항에 제시된 남북연합의 추구다. “곧바로 통일국가로 가지도 않으면서 무작정 대치상태를 지속하는 것도 아닌 국가연합 결성만이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를 관리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에서 북측의 불안을 그나마 달래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참여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도 분명하다. 한반도의 분단이 ‘냉전체제’에 의해 떠받쳐지는 단순한 현실이 아니라, 전쟁을 거치며 분단이 더욱 굳어지고 ‘분단체제’라 일컬을 만한 지구력과 자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복합적이고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백 교수의 판단이다. 요컨대 “냉전체제 해소나 극우반공주의 청산을 넘어 분단체제의 기득권 세력에 봉사해온 각종 패거리주의와 개발지상주의, 성차별주의, 획일주의를 종합적으로 해체해가는 변혁운동”이 필요한데, 이는 시민들의 꾸준한 참여와 자기갱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남북연합 건설에 역행하는 정권을 견제하는 일, 민간기업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시민사회가 직접 남북 화해와 교류과정에 참여해 국가연합 건설의 기반을 조성하는 일 또한 시민들의 몫이다. 백 교수는 이런 시민들의 참여야말로 통일지상주의적 통일론과 구별되는 분단체제 극복론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6·15선언을 가리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지 않은 어떤 통일방안에 대한 합의도 헌법에 대한 위반”이라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제법 긴 지면을 할애해 반박했다. 헌법 전문과 4조에 나오는 규정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며, 이는 시민의 인권이 존중되는 ‘자유로운 민주주의’ 곧 칸트적 의미의 ‘공화주의적 민주주의’라는 넓은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대한민국 헌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물론, 사회주의까지도 용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포용정책 추진자들이 북녘 주민의 인권상황에 무감각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수긍할 대목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적절한 역할분담을 전제로 상황별로 대응할 문제”라는 입장을 취했다. 탈북·입경주민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경험과 능력을 시민참여형 통일의 자산으로 살릴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의 글은 ‘3대 위기를 넘어, 3대 위기론을 넘어’라는 특집의 한 꼭지로 실렸다.

글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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