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평전〉
잠깐독서 / 〈김수환 추기경 평전〉 옹기 장수였던 아버지를 잃은 7살 소년이 있었다. 어머니의 강권에 의해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꾀병을 부려 학교를 그만두려 했던 신학생이 있었다. 그의 마음에는 어서 돈을 벌어 8남매를 홀로 키우시는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려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황국신민으로서 소감을 쓰라는 학교 시험문제에 “나는 황국신민이 아니기에 쓸 소감이 없다”고 적어놓고 퇴학을 기다리던 ‘반항아’가 있었다. 일제 말기 징집영장이 나왔을 때, 일제로부터 군사훈련을 배운 뒤 독립군이 돼야겠다고 다짐하던 ‘식민지 청년’이 있었다. 해방 뒤 신학교 울타리 밖을 내다보며 “신앙이 없었다면 아마 좌익이 됐겠지만, 나는 하느님당 당원”이라고 믿는 ‘성숙한 신앙인’이 있었다. 처음 부임한 안동본당에서 농투성이 신자들과 안동소주를 기울이던 ‘초짜 신부’가 있었다. 독일 뮌스터대학원에서 그리스도사회학을 전공하면서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하느님의 백성”임을 배운 유학생이 있었다.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시국선언 ‘사회정의와 노동자 권익 옹호를 위한 주교단 공동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막내 주교’가 있었다. 다섯 권짜리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 <바보가 바보에게>를 펴낸 정혜민씨가 지은 <김수환 추기경 평전>은 ‘인간 김수환’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추기경 김수환’이 어리고, 실수 많고, 고민도 많은 세월들을 밑돌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마 그가 한시도 ‘인간 사랑’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산호와진주·1만30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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