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싱커블 에이지〉
잠깐독서 / 〈언싱커블 에이지〉 덴마크 과학자 페르 박의 ‘모래탑의 가설’에 따르면 모래탑은 작은 원뿔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순간 불안정성을 향해 자기조직화한다. 이때 모래알 하나를 더 얹으면 모래탑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고 아무 사태도 나지 않을 수 있다. <언싱커블 에이지>는 물리학 가설인 모래탑의 가설이 현대 국제질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책 제목대로 우리는 예측 불가능의 시대(The age of the unthinkable)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지은이 조슈아 쿠퍼 라모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기자를 거쳐 전략자문회사 키신저협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경력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국제 정치에 조예가 깊다. ‘거듭제곱법칙’ ‘복잡계’ 같은 물리학 용어와 ‘예측 불가능성’ ‘탄력성’ 등의 추상적 단어가 곧잘 등장해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실제 국제정치 단면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에 책 전체가 추상적인 논의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지은이가 끊임없이 복잡해지는 세계를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 제시한 해법은 어찌 보면 전통적인 내용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스라엘 정규군 수만명에 수천명의 병력으로 맞서 사실상 승리를 거둔 이슬람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와 복잡한 게임으로 승부를 걸려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를 거둔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를 그 예로 든다. 개인의 가치 또한 주목한다. 개인은 모래탑의 모래알과는 다른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은이는 이야기한다. 개인은 수동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며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성숙 옮김/알마·1만98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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