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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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 지저귀는 새’.
오랫동안 출판·서평 담당 기자로 일해온 <한겨레> 고명섭 기자가 한국 지식계 담론의 지형을 살피는 서평글을 모아 낸 <지식의 발견>(그린비 펴냄)에서, 그는 모든 것이 서구에서 유래한 우리 지식·학문의 처지를 이렇게 비유하면서 ‘비판적 길 찾기’를 강조한다. 그것은 “모든 것이 서구에서 왔다. 질병도 서구에서 왔고, 병명도 서구에서 왔으며, 처방전마저 서구에서 왔다”며, 자본주의·제국주의·식민주의라는 질병, 그리고 그 질병을 치유하자는 탈근대 담론도 서구에서 전수되는 현실에 대한 자기반성 촉구다.
이 책은 지은이가 지난 2년 동안 월간 <인물과 사상>에 연재했던 서평을 모아 정리한 것으로, 한국의 대표 지식인들의 저작 19권에 대한 ‘꼼꼼한 다시 읽기’다. 민족주의/국가주의, 근대성/탈근대성, 서구중심주의, 지식인론 등 우리 지식사회에서 끝나지 않은 쟁점을 가지런히 배열해, 서평 모음은 그 자체로 ‘한국 지식인들의 문제적 담론 읽기’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우리 시대 주요 지식담론의 지형을 일별하는 개괄서로도 읽힌다.
그가 골라 평한 책은 모두 우리 언어와 개념으로 현실을 치열하게 사유하려는 국내 학자들의 산물이다.
공격당하는 민족주의의 의미와 구실을 역사 속에서 재정리한 서중석의 <배반당한 한국민족주의>, 창씨개명과 일본어 작품만으로 친일 문인을 가려온 기존의 친일범주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김재용의 <협력과 저항: 일제 말 사회와 문학>, 근대 정신의 맹점을 드러내고자 한 김수용의 <괴테, 파우스트, 휴머니즘>, 서구식 근대와 전혀 다른 보편적 근대를 주장하는 김용옥의 <독기학설> 등이 그렇고, 신용복의 <강의: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홍성민의 <피에르 부르디외와 한국사회>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지은이의 관심은 책 1부의 중심을 이루는 민족주의 논쟁에 쏠려 있다.
그는 199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민족주의에 대한 공격과 탈민족 담론의 혼란이 서구적 용어 ‘내셔널리즘’이 민족주의, 국가주의, 국민주의로 어지럽게 번역되는 상황에서 비롯됐음에 주목한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분명하게 구분하라는 제안에 동조하는 그는 ‘우리나라에서 식민지 해방운동과 민주화운동의 동력이 되어 왔던 민족주의를, 수사학적으로 민족을 내세웠지만 정작 민족주의 세력을 압살해왔던 국가주의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민족주의가 한계를 지닌 이념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민족주의는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 민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민족주의는 선하고, 민중의 이익에 반하는 민족주의는 악할 뿐이다”라는 게 그 주장의 핵심이다.
그 주장에 대한 박노자 교수의 문제제기(‘고명섭의 민족주의론에 질문한다’)와 그의 답글 서평(‘국가주의와 민족주의’)도 함께 실려 눈길을 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그 주장에 대한 박노자 교수의 문제제기(‘고명섭의 민족주의론에 질문한다’)와 그의 답글 서평(‘국가주의와 민족주의’)도 함께 실려 눈길을 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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