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2108년 미래의 지구…로봇의 꿈은 이뤄질까

등록 2010-03-19 19:16

〈로봇의 별 1~3〉
〈로봇의 별 1~3〉
하늘도시와 아래도시로 나뉜 세계
‘100년뒤 잿빛 현실’ 생생하게 그려
비정규직·이주노동자 모습 겹쳐져




〈로봇의 별 1~3〉
이현 글·오승민 그림/푸른숲주니어·각 권 8800원

서기 2108년.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달나라가 신혼여행 명소로 자리잡았고, 화성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부동산 감각이 있는 사람은 토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구상에서는 지상 2㎞ 높이에 거대하고 쾌적한 하늘도시가 건설됐다. 그리고 인간은 청소·육아·경찰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갖가지 로봇을 만들었다. 그중에 2103년에 생산된 여자아이 형 안드로이드 로봇 ‘나로’는 지능지수 200의 전자두뇌를 장착한 명품이다. 하늘도시에 사는 엄마와 아빠는 나로를 ‘구입’해 딸처럼 키웠다. “시킨다고 무조건 복종하는 건 얼간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엄마아빠의 가르침에 나로는 자존감 높은 로봇으로 자라났다.

그러나 명품 로봇 나로의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주입돼 있다.

하나,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둘, 첫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셋, 첫째와 둘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2108년 미래의 지구…로봇의 꿈은 이뤄질까
2108년 미래의 지구…로봇의 꿈은 이뤄질까

로봇에 관한 지구연방법 1조 1항에 따른 것이었다. 주인의 필요가 없어지면 로봇은 중고품으로 거래되고 그럴 때마다 포맷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다 지워야 한다. 생의 마지막에는 그냥 고철로 찌그러진다.

하늘도시에서 화초처럼 자라던 나로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정체성과 한계를 깨닫는다. 나로는 머릿속에 주입된 ‘로봇 3원칙 프로그램’을 과감히 지우고 저항에 나선다.

동화작가 이현씨의 장편 <로봇의 별>에서 묘사한 100년 뒤의 모습은 단순한 상상의 영역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아래도시는 우울한 잿빛이다. 하늘도시에 가려 햇빛도 잘 들지 않는다. 책임지수에 따른 아래 등급 사람들이 이곳에 산다. ‘책임지수’라는 거창한 이름의 기준은 다름 아닌 돈이다. 이에 따라 갈 수 있는 학교와 병원의 등급도 나뉘어 있다. 경제력에 따라 병원 서비스를 달리 받게 하는 건, 의료민영화의 밑그림이다. 엄마가 나로를 도피시키면서 던져버린 손목시계 모양의 멀티컴은, 이미 위치추적이 되고 있는 휴대전화의 진화된 모습이다. 지구연방정부에 저항하는 아래도시 반군 ‘횃불’들이 자신의 손바닥에서 도려낸 아이핀도 현재 개발중인 생체인식정보의 일부다.

너무나도 그럴듯한 상상에 한번 잡은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주인에게 생살여탈권을 쥐여준 로봇과 돈이 없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아래도시 사람들에게서 이 땅의 비정규직, 이주노동자를 떠올린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미래사회의 주인이 될 우리 아이들이 ‘공존’의 의미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