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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이 얼굴에 웃음꽃’ 피는 혁명 위해…

등록 2010-04-02 20:55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까지 웬만한 대학 앞에는 사회과학 서점들이 있었다. 소련이나 중국에서 나온 사회주의 교과서 번역서나 마르크스·엥겔스·레닌·마오쩌둥 등 사회주의 혁명가들의 전집·선집 등을 파는 ‘붉고’ ‘불온한’ 서점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올 때까지 애꾸눈으로 살아온 대학생들에게, 특히 운동권 학생들에게 이런 사회주의 서적은 ‘복음’이었고, 사회과학 서점은 ‘아지트’였다. 사회과학 서점은 대학가에 형성된 운동권 네트워크의 한 결절점으로, 운동권 학생들에게 흔히 ‘혁명의 무기고’로 불렸다. 혁명(레볼루션)의 첫 알파벳을 딴 ‘알’이라는 서점도 있었다. 서점 주변에는 운동권 학생들과 그들의 ‘상부’ 노릇을 하는 졸업생들, 그들을 감시하는 사복형사들이 함께 어슬렁거렸다. 사회과학 서점을 운영해 운동권에 자금을 대려는 야심적인 시도들도 있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사회주의 조국’ 소련이 해체되자, 혁명을 꿈꿨던 대학생들 다수는 뿔뿔이 흩어졌다. 누구는 고시를, 누구는 언론사를, 누구는 취직을 준비했고, 소수는 남아서 운동을 계속했다. 그사이 녹슨 무기들이 가득한 ‘혁명의 무기고’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그 어려운 시절에 문을 연 서점이 있었다. 성균관대 앞의 ‘풀무질’이 그곳이다. 이 책 <풀무질, 세상을 벼리다>는 풀무질의 일꾼(주인) 은종복씨가 혁명이 버려진 시대에 무기고를 닦고 기름칠한 이야기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풀무질의 주인은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혁명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풀무질을 하고 있다. /이후·1만2000원.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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