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도시〉
잠깐독서
〈세상의 도시〉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는 어디일까? 현재까지의 발굴 성과로 보면,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의 차탈 회위크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8000년 전 이 도시에서는 6000여명이 진흙벽돌 집을 짓고 함께 살았고, 이들은 제단과 프레스코 벽화, 금속제품, 직물 등을 남겼다. 도시에서 제국으로 팽창한 로마의 시민들은 도시에 ‘공공성’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시민들이 모이는 포럼과 공회당, 도로, 정원, 목욕탕, 원형경기장 등이 로마인들이 건설한 도시의 중심이었다. 그것은 이들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준 아테네인들의 폴리스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로마인들은 최초의 고층 공동주택(아파트)인 6층짜리 ‘인술라이’도 건설했다. 영국 런던에서 잘 나타난 것처럼 현대 대도시를 가능케 한 것은 공업화였다. 가난한 농부들은 도시의 공장에 몰려들어 더럽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다. 이 노동자들을 재우기 위해 도심에 대규모 공동주택이 지어졌고, 철도와 전차, 지하철, 자동차가 노동자들을 교외에서 도심으로 쉴 새 없이 실어날랐다. 21세기 정보통신 혁명은 노동자들이 도시에 모여 일할 필요를 크게 줄였다. 그러나 대도시는 오히려 사라지지 않고 더 번성하리라는 것이 <세상의 도시> 지은이의 전망이다. 도시는 단지 생산하고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넘치는 문화와 사상, 예술, 권력, 에너지로서 인류에게 혁신을 가져다준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64개 도시의 역사를 옛 지도나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한국의 도시가 한 곳도 소개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피터 윗필드 지음·김지현 옮김/4만9000원·황소자리.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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