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비움의 미학-장석주의 장자 읽기〉
〈느림과 비움의 미학-장석주의 장자 읽기〉 <느림과 비움의 미학>은 고전 텍스트인 <장자>를 이 시대에 맞게 새롭게 읽어냈다. 도시를 떠나 호숫가에 집을 짓고 책 읽기와 글쓰기, 산책과 명상을 하며 단순한 삶을 살고 있는 장석주 시인이 장자의 ‘느림과 비움’을 예찬한다. 기존 정치 체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물아일체의 삶을 이상으로 삼았던 장자에게 배울 것은 ‘존재의 기술’이다. 단순히 존재를 넘어 ‘어떻게 지혜롭게 존재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은이는 그 해답으로 “느리게 살아라, 비우고 살아라”고 말한다. 장자가 말하는 비움은 생물학적 필요 이상의 소유를 갖지 않는 자발적 가난에 드는 것이다. 그냥 버려서 얻는 경지가 아니라 제 것을 기꺼이 남과 나눔으로써 비움에 드는 것이다. 사람은 많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 하고, 남의 것을 부당하게 욕심내다 보면 틀림없이 남과 자신을 함께 불행하게 만든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만들어낸 대폭락과 경제공황의 유령들이 우리 현실 언저리를 어슬렁거리며 먹잇감을 노린다. 이 유령들이 해와 달의 빛을 가리고 독거미처럼 살을 깨문다. 이는 장자가 말하는 ‘거꾸로 매달림의 상태’다. 2300년을 뛰어넘어 온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외관만 조금 바뀌었을 뿐, 거대한 고래가 썩고 있는 것 같은 악취로 내 코가 다 썩을 지경이야.” 현대인들에게 ‘느리게 사는 자만이 비울 수 있고, 비운 자만이 느림을 누린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푸르메·1만50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