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원 인생〉
잠깐독서
〈4천원 인생〉 솔직히 고백하자면 ‘부러웠다’. “이랜드 계산직 아줌마들처럼, 기륭전자 파견노동자처럼 직접 취업해보면 어때?” <한겨레> 노동 담당 기자로 일할 때 선후배들과 종종 했던 고민이었다. ‘노동 현장에 들어가 몇 달 동안 직접 체험하고 기사를 써보자.’ 여러 여건상 실현 불가능한 꿈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9~12월 <한겨레21>은 ‘노동 OTL’ 시리즈를 통해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4천원 인생>은 <한겨레21> 사회팀 기자들이 한달 동안 ‘위장취업’해 겪은 생생한 노동 현장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펴낸 것이다. 4000원은 이들이 일했던 2009년 법정 최저임금이다. 임지선 기자는 갈빗집 식당 아줌마로, 안수찬 기자는 대형마트에서 양념육을 파는 노동자로 한 달을 살았고, 전종휘 기자는 경기도 마석 가구공장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임인택 기자는 경기도 안산 난로공장에서 파견노동자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이들은 끈적한 추파를 던지는 ‘진상’ 손님을 만나고, 엄지손가락에 길이 25㎜짜리 못이 박히는 산재를 입고, 굽고 있던 뜨거운 고기를 얼굴에 얻어맞기도 한다. 그야말로 “생살 그대로의 기록”이다. 기록의 깊이는 단순한 일기나 ‘체험 삶의 현장’ 수준을 넘어선다. 끊임없이 옆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말을 걸고 눈을 맞추면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 노동일기”를 쓰고자 애쓴 덕분이다. 그러면서 기자들도 “노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었다.” /한겨레출판·1만2000원.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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