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하는 작별〉
잠깐독서
〈눈으로 하는 작별〉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는 것’은 그 사람과 헤어짐을 뜻한다. 이런 이별에서 가는 이와 남는 이의 마음은 어떨까? 만일 둘 사이가 연인이라면, 남은 이의 가슴엔 칼로 에는 듯한 아픔이 새겨질 것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가족이라면? 대만 출신의 홍콩대학 교수 룽잉타이는 ‘눈으로 하는 작별’이라는 말로 가족과 이별의 관계를 설명한다. 룽잉타이는 에세이집 <눈으로 하는 작별>에서 가족을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져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로 정의한다. 가족은 만나는 순간부터 크고 작은 이별을 겪지만, 언제나 그 이별을 ‘눈으로 지그시 바라보며’ 사랑을 되새기기 때문이다. 그 또한 엄마로서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교 건물 속으로 사라지는 아이와, 치매에 걸린 채 열차를 타고 떠나는 어머니와,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생을 마감한 뒤 화장장 아궁이로 들어가는 아버지와 그렇게 ‘눈으로 작별’했다. 그렇게 눈으로 하는 작별은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잔상’을 오래 남기는 법이다. 룽잉타이는 2006년 중국 <베이징청년보>에서 내는 주간부록 ‘빙점’이 공산당의 심기를 건드려 정간됐을 때, 후진타오 주석에게 장문의 공개서한을 써서 이를 복간시키는 데 큰 힘을 보탰던 ‘비판적 지식인’이다. 이 비판적이고 때론 전투적인 지식인이 펴낸 따뜻한 가족이야기는 중국과 대만, 홍콩 등에서 큰 반향을 몰고왔다. 중국 대륙의 이 책에 대한 찬사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들과 ‘눈으로 작별’하는 룽잉타이의 모습 속에서 바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희진 옮김/사피엔스21·1만20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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