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테마다〉
잠깐독서
〈이제는 테마다〉
나 자신이 남과 다르듯, 내 사진도 다른 사진과 구별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온라인에서 생활사진가가 찍은 1만건 이상의 사진에 대해 비평과 조언을 해온 <한겨레> 곽윤섭 사진기자의 대답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강의 때 수강생들이 찍은 사진을 모아 놓고 자신의 것을 고르라고 했더니, 자신이 찍은 사진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좋은 사진’의 기준이 “초점이 맞고 색이 잘 나온 사진”이라는 획일적 인식에 머문 결과다. 하지만 카메라가 발전하면서 이런 사진은 “우연히 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곽 기자가 쓴 <이제는 테마다>는 ‘나만의 독특함’을 갖는 비법으로 ‘테마가 있는 사진’을 제시한다. 한마디로 말해, ‘고독’이라는 감정을, ‘느림’이라는 느낌을, ‘상승’이라는 기분을 사진 속에 녹여내는 것이다. <이제는…>은 이를 위한 방안으로 기본훈련, 감각테마훈련, 상징테마훈련 등을 제시한다. 사진에서 선과 면, 대비, 패턴을 느끼도록 하는 ‘기본훈련’은 기계적으로 카메라를 누르는 데서 벗어나게 하는 과정이다.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을 사진에 담는 감각테마 훈련은 피사체를 보는 다른 감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파랑, 빨강, 노랑의 색을 통한 상징테마 훈련은 자기 나름대로 사진세계를 보는 눈을 키우게 한다. 그렇게 자기만의 ‘고독’과 ‘느림’, 그리고 ‘상승’을 찍을 수 있을 때, 내 사진은 다른 사진과 뚜렷이 구별되게 된다. 결국 <이제는…>은 “보이는 사진기로 보이지 않은 그 무엇을 찍게” 독자들을 이끈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속에 나 자신의 독특한 사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녘·1만38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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