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
잠깐독서 /
〈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
노동자들의 생생한 생활 목소리를 담아온 월간 <작은책>이 창간 15돌을 맞아 그동안 월간지에 실렸던 글들을 ‘일하는 사람들의 글쓰기’ 세 권으로 엮어냈다. 1995년 5월1일 노동절에 맞춰 창간된 월간 <작은책>은 지난 15년간 꾸준히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나 가정에서 겪는 삶을 소개해왔다. 책에 실린 노동자들의 글들은 현실의 ‘고통’을 오롯이 담고 있지만, 또한 팍팍한 현실 너머를 바라보는 ‘희망’ 또한 함께 전해주고 있다.
1995~1999년에 실렸던 글들을 추려 뽑은 제1권 <우리보고 나쁜 놈들이래!>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여파 속에 풍비박산 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다. 그 시절 노동자들은, ‘회사를 내 집처럼 근로자를 가족처럼’이라고 외치던 사장이 노동자를 단칼에 ‘잘라버리는’ 이율배반성을 일상 속에서 경험했다. 2000~2004년 이야기를 모은 제2권 <누가 사장 시켜달래?>는 신자유주의가 점차 노골화되는 시기에 노동자들이 살며 부대끼는 이야기를 담았다. 또 2005~2009년 글모음인 제3권 <도대체 누가 도둑놈이야?>는 비정규직·계약직·일당직이라는 자본의 착취제도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고뇌하고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동문학가이며 우리말연구가인 고 이오덕 선생은 <작은책> 창간호에 쓴 글에서 “일하지 않는 자는 글도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한, 일하지 않는 이의 글이 ‘공해’가 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월간 <작은책>의 15년은 그 ‘공해’를 걷어내는 작지만 의미있는 몸짓이다. /작은책·각 권 95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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