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수학의 아버지, 힐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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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학적 문제는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 수학자들에게는 강력한 자극제가 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그 해를 찾아라, 너는 순수한 추리로 그것을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수학에는 무지(ignorabimus)란 없기 때문이다.”
독일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1862~1943)가 19세기 마지막 해인 1900년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차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수학의 미래’란 제목으로 했던 유명한 연설문이다. 여기까지 말을 마친 그는 20세기 수학자들이 넘어야 할 숙제로서 23가지 문제를 제시했다. 지난 100년 동안 20가지가 해결돼 현대 수학에 여러 이론적 기초와 단서를 준 ‘힐베르트의 문제’다.
그의 전기 <현대 수학의 아버지, 힐베르트>(사이언스북스 펴냄)는 그 가운데 10번 문제를 푼 수학자 줄리아 로빈슨의 쌍둥이 언니이자 과학자 전기작가인 콘스탄스 리드가 오랜 취재·조사를 거쳐 지은 평전으로, 국내엔 1989년 처음 번역됐다가 16년만에 다시 손질돼 출간됐다. 서울대 이일해 명예교수(수리과학부)가 번역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현대 수학사의 중심인물이었던 힐베르트의 삶에는 수학의 열정과 낙관론이 넘쳐 흐른다. 힐베르트 공간, 힐베르트 부등식, 힐베르트 변환, 힐베르트 공리, 힐베르트 유체론 등 여러 분야 이론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으며 유클리드 기하학을 대체할 ‘기하학의 기초’를 이룬 그는 이 책에서도 세계 수학계의 지도자이자 영웅으로 그려진다.
당시 수학의 자신감은 힐베르트가 아인슈타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상대성이론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고 수학자인 그가 “물리학자에게는 물리학이 너무 어려운 학문이다”라며 물리학 연구에도 직접 나섰던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천재 수학자의 낙관론은 그의 비문에 그대로 새겨졌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지은이는 힐베르트한테서 박사학위를 받은 여러 제자들, 그리고 그의 친지·동료·조수 등 많은 지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개인편지와 문서자료들을 발굴하고 조사해 이 책을 지었다. 그의 학문적 업적과 인간적 면모를 조명한 이 책은 19세기 중반 이후 현대 수학사의 한복판을 이뤘던 독일 수학의 융성을 증언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젊은이들을 수학의 강으로 이끈 “피리 부는 사나이”로도 불렸던 힐베르트의 전기를 통해, 그의 제자들과 민코프스키 등 쟁쟁한 당대 수학자들의 수학 열정과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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