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잠깐독서 /
〈일본 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남녀의 첫 데이트 현장. 여자가 눈치없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비싼 메뉴를 고른다. 한국 학생이었던 남자는 식사 내내 ‘티내지 않고’ 돈을 더 가져오는 법을 궁리한다. 계산을 하는 순간, 여자는 자신의 밥값만큼의 돈을 내놓는다. 남자의 속사정을 눈치챈 걸까? ‘도쿄 토박이’ 여자는 예전 일본인 남자친구와도 그랬던 것처럼 더치페이를 했을 뿐이다. 일본 뉴스 전문 사이트 ‘제이피뉴스’ 기자인 박철현씨가 일본인 여자친구와의 연애→동거→결혼→육아생활을 책으로 펴냈다. ‘일본인’을 만난 것이 아니라 그냥 ‘미와코’를 만난 것이라지만 이들의 연애담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한-일 문화 차를 들여다볼 수 있다.
지은이는 ‘시련을 넘어선 국제결혼 성공담’을 펼쳐놓기보다는 30년 가까이 아주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함께 살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들려준다. 아내는 25년간 생선장사를 한 시어머니의 거친 손을 잡아보곤 ‘삶에 대한 애착, 어머니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단다. 지은이도 출산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다 상념에 빠진다. “내 딴엔 조심한다고 하지만 덜그럭덜그럭 소리가 난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아, 이 소리가 바로 그 소리구나. 예전에 어머니가 나와 누나의 밥을 준비하셨던, 잠결에 들었던 어머니만의 소리.” 결혼한 지 8년이 된 남녀가 여전히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행복하다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첫 만남 이야기보다 책 말미에 적힌 ‘우리의 연애는 현재진행형’이라는 문구가 더 인상적이다. 박철현 지음/창해·1만1500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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