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안부를 묻는다〉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
“안녕하시냐”는 말은 보통 의례적 인사로 쓰이지만, 때론 “정말 무슨 일이 난 것 아니냐”는 걱정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감신대를 졸업한 뒤 기독교사회운동을 꾸준히 해온 백찬홍 전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상임이사의 <종교의 안부를 묻는다>는 분명 후자의 의미로 종교에 인사말을 건넨다.
한국 기독교는 세계 10대 교회 중 6곳이 몰려 있을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했다. 하지만 대형할인점 월마트처럼 양적 확장만 거듭하는 대형 교회들은 사람들을 ‘패스트푸드’ 신자로 만든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처럼 신자들을 다른 종교에 배타적인 ‘유아적 신앙’에 머물게 하는 것이 대표적 모습이다. 보수 교회가 진보적 가치를 표방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립하는 가장 강력한 사회세력이 됐다는 점도 그의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더욱이 ‘개독교’라 비판받는 보수 교회들이 ‘이명박 장로의 나라’ 건국에 일등공신이 됐다는 점은 백 이사가 종교를 넘어 ‘나라와 민족의 안부’까지 물어야 하는 이유다.
총 5부로 구성된 <…안부를 묻는다>는 이런 ‘안녕하지 못한 종교의 오늘’을 조망한 뒤, ‘(타 종교에 대한) 이해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를 치유의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가 “예수가 지옥에서 지장보살과 뜨겁게 포옹하는 모습”을 꿈꾸는 것이 이해의 전형이다. 죄지은 자를 구제하는 데서 기독교와 불교가 틀을 넘어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배려는 “동성애자들도 거룩하게 창조된 존재들이다” “이제는 여성이 새로운 종교의 창시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 속에 잘 묻어나 있다. /평사리·1만38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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