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제국 가야〉
잠깐독서 /
〈철의 제국 가야〉
한국 고대 국가들의 연원은 대체로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만주의 부여에서 비롯해 고구려와 백제로 이어진 흐름이다. 그러나 다른 하나인 한반도 남부 신라와 가야의 계통은 아직 불분명하다. 이 책은 가야와 신라 두 나라 창업자의 종족적 연원을 ‘흉노’에 둔다.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3세기까지 중국을 압박하며 아시아 북방에 거대한 유목 국가를 건설했던 바로 그 흉노다.
흉노와 가야·신라를 연결하는 고리는 김일제다. 김일제는 흉노 휴도왕의 태자였으나, 명장 곽거병에게 잡혀온 뒤 한 무제의 신하가 됐다. 한 무제에 대한 암살 시도를 막아냄으로써 산둥성의 투후로 봉해졌고, ‘김’이라는 성도 얻었다.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김’이라는 성이 등장한 사건이었다. 기원전 100년 전후의 일이다. 신라의 김씨들은 자신들이 김일제의 후손이라고 여겼다. 신라인들의 이런 인식은 문무왕 비문이나 중국에서 발견된 ‘대당 고 김씨 부인 묘명’에 잘 나타나 있다. 가야의 김씨들도 이런 인식을 가졌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가야와 신라의 김씨가 같은 뿌리라는 기록으로 볼 때 역시 가야 김씨도 김일제의 후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지은이의 분석이다.
지은이는 가야가 토착세력과 흉노에서 유래한 김수로 집단, 캄차카 반도에서 온 석탈해 집단, 인도에서 온 허황옥 집단 등이 함께 만든 다문화 국가였다고 본다. ‘김(金)’이라는 성이 잘 보여주듯 철기를 바탕으로 한 가야의 문화는 한때 신라를 위협하고 일본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가야는 백제와 신라의 공격으로 562년 멸망한다. 김종성 지음/역사의 아침·1만4500원.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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