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어린이문학〉
〈삶을 가꾸는 어린이문학〉
이오덕 지음/고인돌·1만8000원 <삶을 가꾸는 어린이문학>은 이오덕 선생이 1984년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써냈던 책을 새로 편집해서 펴낸 책이다. 이오덕의 교육 생각을 총서로 만들어내는 이오덕 교육문고 시리즈가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한겨레> 2010년 5월15일치)에 이어 두 번째로 낸 책이다. 26살 된 이 책이 더럭 고전처럼 느껴지는 것은 절판된 뒤에도 교사와 학부모들이 글쓰기 교육 필독서로 수없이 입에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까지 천사 같은 동심을 노래하는 것이 어린이문학의 할 일이라고 여겼던 흐름을 바꿨던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이 고전이라면 분투하는 고전이다. 책에도 당시 동화작가들 절대다수가 기댔던 ‘동심천사주의’를 비판하다 보니 “동업자 의식이라고는 엿장수만큼도 없다”는 욕을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책의 독설과 날카로운 꾸짖음은 한편으로는 어린이문학을 장사 밑천으로만 여겼던 문단을,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이문학까지 따라붙는 군사정권의 감시 눈길을 떠올리지 않고선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어린이책 형편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런데 한국의 모든 초·중·고생이 적어도 1년에 교과서 외 책을 2권씩 읽고(2009 국민독서실태조사), 어린이책 시장이 몇조원을 후딱 넘겨 고도비만에 이르렀어도 어째 어린이문학의 배고픔이 덜어진 것 같지는 않다.
이오덕 선생은 어린이를 위한 논픽션도, 수필도 나와야 한다고 했지만 요즘은 되레 논픽션물로 쏠리는 모양새가 걱정스럽다. 선생이 말한 삶을 그리는 논픽션이 아니라 재테크, 상식 같은 성공치레를 위한 정보책들이라서 선생이 살아 있었더라면 언성이 한층 높아졌을 것이 틀림없다. 이오덕 선생은 어린이책에서 문학이 빠지면 살벌한 군대식 교육밖에 남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살벌한 시장식 교육밖에 남지 않은 꼴이다. 책의 발문을 쓴 도서비평가 조월례씨는 “주요 출판사들이 막대한 학습전집 물량공세에 나서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나 사람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도우려는 줏대 있는 책들은 설 자리가 없다”며 “문학으로 어린이를 지키고 가꾸려는 신념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념을 잇는 것은 “괴로운 학습이나 노동까지 포함해 어린이가 살아 있는 세계를 헤아리는” 작가의 몫이기도 하고, 삶과 밀착한 글을 읽히면서 사람 되는 공부를 시키는 선생과 부모의 몫이기도 하겠다. 누구든 긴박한 현실을 느끼고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 말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이오덕 지음/고인돌·1만8000원 <삶을 가꾸는 어린이문학>은 이오덕 선생이 1984년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써냈던 책을 새로 편집해서 펴낸 책이다. 이오덕의 교육 생각을 총서로 만들어내는 이오덕 교육문고 시리즈가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한겨레> 2010년 5월15일치)에 이어 두 번째로 낸 책이다. 26살 된 이 책이 더럭 고전처럼 느껴지는 것은 절판된 뒤에도 교사와 학부모들이 글쓰기 교육 필독서로 수없이 입에 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까지 천사 같은 동심을 노래하는 것이 어린이문학의 할 일이라고 여겼던 흐름을 바꿨던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이 고전이라면 분투하는 고전이다. 책에도 당시 동화작가들 절대다수가 기댔던 ‘동심천사주의’를 비판하다 보니 “동업자 의식이라고는 엿장수만큼도 없다”는 욕을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책의 독설과 날카로운 꾸짖음은 한편으로는 어린이문학을 장사 밑천으로만 여겼던 문단을,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이문학까지 따라붙는 군사정권의 감시 눈길을 떠올리지 않고선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어린이책 형편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런데 한국의 모든 초·중·고생이 적어도 1년에 교과서 외 책을 2권씩 읽고(2009 국민독서실태조사), 어린이책 시장이 몇조원을 후딱 넘겨 고도비만에 이르렀어도 어째 어린이문학의 배고픔이 덜어진 것 같지는 않다.
이오덕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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