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잠깐독서 /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책은 보물이다. 인쇄된 활자 덩어리인 이 종이뭉치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위대한 사상가들과 대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책을 통한 이런 대화는 책을 읽는 이의 사고를 한 뼘 더 깊게 만든다. 또 이렇게 앞서간 이들과 ‘대화’를 나눈 이가 그 경험을 다시 책으로 만들면, 책은 그 ‘인식의 깊이’를 넓게 공유하는 매개체가 된다.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전 5권을 완간한 도서평론가 최성일씨는 책이 주는 이런 기쁨을 온전히 누린 것 같다. 시공간을 뛰어넘어서 208명이나 되는 뛰어난 사상가와 철학자, 아니 쉽게 말해 ‘인생을 깊이 있게 고민한 선배들’과 책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또 책으로 펴냈으니 말이다. 1권 첫머리를 장식한 버트런드 러셀에서부터 마지막 권인 5권 끝머리에 자리한 조반니 아리기까지 200명이 넘는 사상가들과 데이트한 기간만 총 12년5개월29일이다. 1997년 7월부터 시작한 리뷰는 여러 매체를 바꾸면서도 2010년 1월까지 이어졌다. 실로 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 ‘이 세대 지성인과 사상가들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다.
마지막권인 5권에 등장하는 사상가들의 특징은 ‘동시대성’이다. 슬로푸드 운동을 주창한 카를로 페트리니, 신자유주의 논리로 인한 빈곤과 기아를 비난하는 활동가 장 치글러, 생태 농사꾼 철학자인 피에르 라비, 컴퓨터공학자이면서도 컴퓨터 사회를 비판한 요제프 바이첸바움 등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과거완료’가 아닌 ‘현재진행형’ 활동가들이기 때문이다. 우석훈·김민기·김기협 등 ‘국산 사상가’를 만나는 재미도 솔찮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각 권 1만60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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